생산이전 등 ‘제조업 공동화’
달러당 70엔대의 엔화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1990년대의 엔강세 시기에 키워놓은 환율 변동에 대한 적응력도 이제는 한계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엔강세에 대응해 외국 생산을 늘리기로 하면서, 일본 국내의 ‘제조업 공동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지고 있다.
23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닛산자동차는 북미시장에 팔고있는 다목적 차량의 생산기지를 내년이후 미국으로 옮길 예정이다. 엔-달러 환율이 1엔 떨어질 경우 200억엔 가량 수익이 감소하는 까닭이다. 도시바는 2014년 3월말 끝나는 회계연도에 외국 생산비율을 현재의 53%에서 60%까지 늘리기로 했다. 후지쓰제너럴은 주력상품인 에어컨을 전량 외국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부품 조달처를 외국으로 바꾸고, 국내 투자 확대 대신 외국기업 인수에 나서는 곳도 많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00개 기업의 대표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현재 70%의 기업이 엔 강세로 수익악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40%는 신흥국에서 현지생산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대답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기업들은 지금의 엔강세가 지속될 경우 우선 국내에서 비용삭감(50%)에 나서고, 이어 부품이나 원재료의 외국 조달을 확대(46.9%)하며, 신흥국에서 현지생산을 확대(37.5%)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엔-달러 환율은 1985년 8월 플라자합의 이후 떨어지기 시작해 1995년 달러당 79엔까지 하락(엔화 강세)한 바 있다. 엔강세는 이후 수그러들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재현됐다. 특히 최근엔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장기간 저금리 정책을 펴기로 하면서 달러당 70엔대로 진입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외환시장에 개입해 직접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였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엔화는 곧 강세로 돌아서 한때 달러당 75.95엔까지 떨어졌다. 23일엔 일본 정부의 추가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소폭 약세를 보이며 76엔대에서 거래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