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 확대 부채 늘어”
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가 24일 일본의 국가신용을 나타내는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2’에서 ‘Aa3’으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낮춘 것은 2002년 이후 9년 만의 일이다.
무디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2009년 세계적인 경기침체 이후 일본의 재정적자가 대규모로 확대되고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났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최근 5년간 총리의 재임기간이 평균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극심한 정치적 불안정이 이어져, 재정건전성에 대한 정책적 대응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일본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무디스는 “막대한 공공부채 때문에 일본 정부가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위기 등에서 은행권을 지원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스미토모미쓰이은행 등 일본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도 한 단계씩 낮췄다.
지난 1월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일본의 장기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무디스의 Aa3에 해당)로 낮춘 데 이어 무디스도 낮춤에 따라,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위에서 넷째 등급으로 굳어졌다. 에스앤피는 지난 5일 미국의 장기국채 등급도 AAA에서 AA+로 떨어뜨렸다.
일본은 국채와 지방채를 합한 국가채무 잔액이 지난 6월말 현재 943조엔(약 1경3400조원)에 이르고, 연말엔 1000조엔에 육박해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국가부채 비율이 20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최고치다. 게다가 큰 폭의 재정적자가 개선될 전망도 보이지 않아, 앞으로도 한동안 국가부채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다만 국채의 95%가량을 일본인이 갖고 있어 시장이 매우 안정적이다. 일본 여야는 증세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유권자들의 반발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가신용등급의 하락에도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는 엔-달러 환율이 76엔대 후반에서 거래되는 등 엔화 가치엔 별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최근의 엔화 강세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1000억달러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일본 기업의 외국 기업 인수 등을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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