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협의회서 새역모 중학교 교과서 결정
교육위 반발로 번복됐으나 교육장이 제동
양쪽 대립 팽팽해 ‘소송전’ 번질 가능성도
교육위 반발로 번복됐으나 교육장이 제동
양쪽 대립 팽팽해 ‘소송전’ 번질 가능성도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고 지금도 미군 부대의 대규모 주둔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오키나와현에서도 일본 우익이 역사를 왜곡해 만든 교과서가 쓰이게 될 것인가?
그동안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약칭 새역모)의 교과서를 거부해온 오키나와현 남쪽 세 섬의 교육계가 내년도 중학 공민 교과서 채택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사태는 이시가키섬과 요나구니섬, 다케토미섬을 아우른 야에야마 교과서 채택지구가 지난달 23일 교육장과 교육위원 8명으로 구성된 협의회를 열어 내년부터 새역모가 펴낸 이쿠호사의 중학 공민 교과서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무상조치법’에 따라 지역을 나눠, 해당 교과서 채택 지구 안에서는 모든 학교가 협의회가 선정한 교과서를 쓰게 하고 있다. 하지만 협의회의 이런 결정에 다케토미 교육위원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교과서 채택권이 교육위원회에 있다고 규정한 지방교육행정법 규정을 근거로 다케토미 교육위는 협의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다른 교과서를 쓰겠다고 밝혔다.
갈등이 커지자 채택지구협의회는 지난 8일 교육위원들이 모두 참가한 총회를 열었다. 회의 결과 참석자 12명(1명은 퇴장) 가운데 7명이 도쿄서적의 교과서를 지지해, 이를 쓰기로 결정을 바꿨다. 이로써 새역모 계열의 교과서를 쓰지 않는 오키나와현의 전통이 이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이시가키와 요나구니의 교육장이 애초 협의회에서 결정한 대로 새역모의 교과서를 써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지난 2001년에도 도치기현 시모쓰가 채택지구에서 협의회가 새역모 주도의 후소사 교과서를 채택해 갈등이 일어난 바 있다. 당시 이 협의회에 소속된 10개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가 거세게 반발하자 협의회는 결국 결정을 철회했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양쪽이 워낙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아직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
문부성은 교과서 채택보고 마감일을 하루 앞둔 15일 오키나와현 교육청에 “지구협의회 규약에 따라 정리된 결론에 바탕을 두고 교과서를 채택하라”는 통지문을 보냈다. 하지만 오키나와현 교육청은 “세 곳의 교육위원회가 협의해서 같은 교과서를 쓰도록 계속 조언해나가겠다”고 16일 밝혔다.
한편 지난달 31일 끝난 일본의 내년도 중학교 사회 교과서 채택 현황을 보면, 왜곡 역사교과서 채택률이 2009년 1.7%의 갑절을 넘어 4%에 육박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상임공동운영위원장 양미강)의 집계를 보면 새역모 교과서 채택률은 역사가 3.8%(대상인원 4만5000명), 공민이 4.2%(4만9000명)에 이른다. 또다른 새역모 계열인 지유사의 교과서는 연표 표절 문제가 불거지면서 채택률이 역사 0.05%, 공민 0.02%에 그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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