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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원전은 그만” 6만명 도쿄 시위

등록 2011-09-19 21:31수정 2011-09-19 22:17

“원전보다 생명” 19일 오후 ‘원전과 작별하기 위한 5만인 시위’가 열린 도쿄 신주쿠구 메이지공원 입구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원전 반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들고 모여서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A href="mailto:jeje@hani.co.kr">jeje@hani.co.kr</A>
“원전보다 생명” 19일 오후 ‘원전과 작별하기 위한 5만인 시위’가 열린 도쿄 신주쿠구 메이지공원 입구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원전 반대’를 호소하는 포스터를 들고 모여서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일본 흔든 반원전 함성
후쿠시마 등 전국서 모인 시위대 수㎞ 거리행진
‘노벨상’ 오에 겐자부로 “저항 의지 알려야” 호소
80년대 이후 가장 큰 시위…정·관·재계는 ‘모르쇠’
하마도리, 나카도리, 아이즈 등 일본 후쿠시마현 각지에서 온 500여명이 지역 이름을 쓴 깃발을 들고 선두 대열을 이뤘다. 깃발 윗부분엔 붉은 글씨의 ‘성낼 노’(怒)자가 쓰여 있었다. 노벨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배우 야마모토 다로, 원전 문제를 고발해온 르포작가 가마타 사토시 등이 ‘후쿠시마 어린이들을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자’고 쓴 펼침막을 앞세우고 앞장섰다. 곧 구호가 터져나왔다.

“원전은 필요 없다. 생명이 중요하다.”

“원전은 그만, 어린이들을 지켜내자.”

‘경로의 날’ 휴일인 19일 오후 일본의 수도 도쿄 도심에 수만명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신주쿠구 메이지공원을 가득 메운 시위대가 오후 2시30분 거리행진에 나서자, 대열의 길이는 수킬로미터에 이르렀다. ‘원전을 멈추라’고 쓴 부채, ‘후쿠시마는 이제 그만’이라고 쓴 손팻말이 보였다. 등에 멘 가방에 ‘신문은 원전반대 데모를 보도하라’고 써붙인 사람도 있었다.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 북을 치는 사람도 보였다.

새벽 5시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에서 버스로 30여명과 함께 출발했다는 다케하시 게이(41)는 “원전을 멈춰 세우는 데 하나라도 힘을 더 보태고 싶어 여섯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반경 30㎞ 안에 있는 그가 사는 마을엔 공간방사선량이 시간당 1.5마이크로시버트에 이르는 곳이 곳곳에 있다. 도쿄 신주쿠의 20배가 넘는 수치다.

도쿄 동북쪽에 접한 지바현에 사는 캐나다인 리첸츠(52)는 아내와 남매를 데리고 왔다. 시위 참가는 태어나서 처음이라는 그의 아내는 “장 보기가 두렵다. 아이들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게 없다”며 “일본뿐 아니라 온 세계의 원전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평화와 생명의 노래를 불러왔다는 샹송 가수 마키 사나호(62)는 후쿠시마 나미에마치에서 태어난 ‘귀 없는 토끼’의 사진을 목에 걸고 있었다. 마키는 “우리는 이제 충분히 살았지만,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라며 “깨끗한 공기와 물과 땅을 후손들에게 남겨주지 못한다면 너무 큰 죄를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는 각지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만든 모임인 ‘원전에 작별을 고하는 1000만인 행동’이 주최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6개월을 맞아 ‘원전 작별 주간’을 선포하고 이날 대규모 시위를 열자고 호소했던 오에 겐자부로는 거리행진에 앞서 열린 집회에서 “원자력으로 만드는 에너지는 반드시 희생을 동반한다”며 “우리가 그것에 저항하는 의지가 있다는 걸 일본 정치권에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주적인 시위뿐이다. 확실히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 쪽은 이날 참가자를 6만명(경찰 추산 2만7000명)으로 추산했다. 1980년대 이후 도쿄에서 이렇게 큰 시위가 벌어진 것은 처음이다. 일본 시민사회는 이날 시위에 목표했던 5만명 이상의 참가를 이뤄냄으로써 내년 3월을 목표로 추진중인 ‘탈원전을 호소하는 1000만인 서명운동’의 성공에 자신감을 얻었다. 전국 각지에서 원전 반대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 열릴 예정이다. 도쿄에서도 23, 24, 25일에 여러 단체가 주최하는 시위 일정이 잡혀 있다.

그러나 일본 정계와 관료사회, 전력업계에 포진한 원전추진파들의 결속은 여전히 탄탄하다. 간 나토오 전 총리가 의욕을 갖고 추진하던 ‘탈원전의존’ 정책은 노다 요시히코 내각이 들어선 뒤 벌써 후퇴하는 기미가 엿보인다. <교도통신>은 “노다 총리가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안전하고 신뢰성 높은 원자력에너지의 확보는 계속 필요하다’고 밝힐 예정”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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