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갖고 놀다 불낼 위험 커”
시민의 ‘안전과 안심’을 행정의 제일 원칙으로 여기는 일본에서 어린이도 쉽게 불을 켤 수 있는 일회용 라이터가 27일부터 전면 추방된다. 어린이가 이 라이터를 갖고 놀다 화재를 일으키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 정부는 이날부터 흔히 ‘100엔 라이터’로 불리는 일회용 라이터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대신 2단계 조작을 해야만 점화할 수 있게 하거나, 점화 단추가 쉽게 눌리지 않게 하는 등의 ‘어린이 보호 기능’을 달아 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라이터만 판매를 허용한다. 버너에 불을 불이는 점화봉 라이터도 같은 규제를 받는다. 이같은 조처는 어린이가 일회용 라이터를 갖고 놀다 화재를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독립행정법인 제품평가기술기반기구는 지난 2005년부터 올해 8월 사이 일회용 라이터로 인한 화재로 16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쓰레기 수집 및 처리 과정에서도 일회용 라이터가 원인이 된 화재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라이터 안전 규제를 강화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9개월간의 경과기간을 둔 뒤 이날부터 시행하게 했다.
경제산업성 조사 결과를 보면, 새 법이 시행되기 전 일본에서 연간 유통되는 6억 개의 라이터 가운데 약 90%가 일회용 라이터와 같은 간이형이었다. 일본흡연협회는 “고령자와 여성들로부터 ’새로운 기준의 라이터는 사용이 불편하다’는 불만이 들어오고 있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새 규제가 흡연자의 이해를 얻을 수 있도록 알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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