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옷·삿갓 차림 사찰순례 나서
재일 한국인한테 정치헌금을 받아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간 나오토 전 일본 총리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4일 일본 언론들은 “도쿄지검 특수부가 간 전 총리에 대해 수사했으나 ‘형사 책임을 물을 혐의가 없다’며 기소하지 않기로 3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간 전 총리의 정치자금관리단체 소시회는 지난 2006년과 2009년 금융회사 전 임원인 한국 국적의 지지자한테 104만엔(약 1500만원)의 정치헌금을 받은 것이 지난 3월 드러났다. 간 전 총리는 “헌금한 사람이 재일 한국인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으나, 일부 시민이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이뤄져왔다. 일본의 정치자금규정법은 정치인이 외국인에게는 정치헌금을 받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외국인임을 알고 받은 경우에만 처벌하게 돼 있다. 지금까지 이를 이유로 기소된 사례는 없다. 다만 간 전 총리에 앞서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이 재일 한국인한테 20만엔의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야당의 비판을 받자, 지난 3월 스스로 물러난 사례가 있다.
간 전 총리는 임시국회가 끝난 뒤인 지난 2일부터 시코쿠 지방의 사찰 순례에 들어갔다. <마이니치신문>은 “간 전 총리가 경호원을 동반하긴 했지만, 흰옷에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챙겨든 순례자 행색으로 변신했다”고 전했다. 그는 9일까지 걸어서 사찰 순례를 계속할 이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야당 시절의 민주당 대표이던 2004년5월 고이즈미 내각 각료의 국민연금 미가입·미납 문제를 추궁하던 중 자신도 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기간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일단 멈춰서서 나를 바로 잡겠다”며 그해 7월부터 시코쿠 지방 88개 사찰을 도보로 도는 이른바 ‘헨로’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53곳 밖에 돌지 못해 공언한 대로 이번에 나머지 사찰을 순례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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