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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남편의 SNS 차라리 안 봤더라면…”

등록 2011-11-03 11:56수정 2011-11-04 09:33

SNS의 부정적 측면을 다룬 일 주간지 아에라 기사.
SNS의 부정적 측면을 다룬 일 주간지 아에라 기사.
일본 여성 22% “SNS 때문에 괴로운 경험”
배우자의 불륜 들통 등 부작용 지적 많아
 중동에는 재스민혁명을, 한국에는 선거혁명을 가져다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러나 이런 공적 기능 한켠에는 불륜 발각과 가정일 방기 등 부부에게 ‘겨울’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 <아에라> 10월31일치는 알고 싶지 않지만 알아버리게 만드는 에스엔에스의 이면을 다뤄서 눈길을 끈다. 다음은 ‘SNS로 온 부부의 겨울’이라는 제목의 <아에라> 기사의 발췌 내용이다.

  “몰랐으면 좋았다. 그런 댓글을 보지 않았으면 지금도 행복했을텐데….”

  후회스러운듯 이렇게 회상하는 30대 회사원 일본인 여성 에이(A)씨. 남편의 바람을 눈치챈 것은 일본의 유명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믹시’에 개재된 한 장의 사진이 계기였다. 어느 날 귀가하자 남편의 컴퓨터가 켜진 채로 있었다. 평소라면 남편의 컴퓨터에는 손을 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었으나 때는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제1원전 사태로 전력수급이 원할치 않던 여름.

  꺼주자는 친절한 마음으로 컴퓨터를 엿보는데 한 장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자연스럽게 눈이 빨려들어갔다. 요리와 와인잔이 나란히 있는 구석에는 남성용 팔목시계의 벨트가 작게 비쳤다. 특징적인 디자인의 금장식. 한눈에 남편의 시계임을 직감했다. 한정품으로 에이씨가 남편의 생일날에 선물한 것이었다. 그 사진에는 한마디 코멘트가 덧붙여져 있었다.

  “오늘은 도내의 00호텔에서 디너(저녁식사). 소중한 기념일이다.”

  남편의 마이믹(믹시에서 통용되는 친구)이라는 여성의 댓글이었다. 날짜는 남편이 외박을 하는 출장일. “너무 알기 쉬워. 바보 아니야.” 분노가 치미는 마음에 그 여성의 일기 반년 분을 단박에 읽었다.

  “남편이 출장나가거나 귀가가 늦은 날은 반드시 그 여자와 외식을 하거나 일루미네이션(전광장식)을 봤다고 쓰여져 있었습니다.”

  여자는 남편의 직장 동료로 추정할 수 있었다. “너무 좋아서 괴롭다” “이런 나도 행복할 수 있을까” 등 댓글도 있는 것으로 보아 남편과 ‘동료 이상의 관계’이라는 것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나머지는 본인에게 따져보면 그만이다.


  “직장 여자와 바람피고 있죠. 00일은 출장이 아니라 정말은 그 호텔에 있었죠”

 식사하는 중에 넌지시 한마디하자 소심한 남편인 뒤로 자빠졌다. “맹세코 하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너무 취해서 속이 좋지 않다고 해서 호텔 방에서 보살폈다고 한다. 무릎이라도 끓겠다는 듯 이렇게 변명을 한다.

 “딱 걸렸습니다. 호텔에 있었지라고 말했을 뿐 방에 머물렀지라고도 하지 않았는데. 배신당한 것도 용서할 수 없지만 너무나 어설픈 남편의 어리석음에 마음으로 질려버렸습니다.”

 일본에서도 믹시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에스엔에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총무성 통계를 보면 2009년 1월 기준으로 회원수는 합계 7134만명. 중동 민주화 시위로 커다란 역할을 하는 등 “사회와 사람과 간단히 연결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역할만 강조되지만 에스엔에스 때문에 에이씨와 같이 바람핀 사실을 들키거나 이혼을 고려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터넷회사인 사이버에이젠트가 9월15~27일 자사의 에스엔에스 ‘아메마’에서 여성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 에스엔에스 때문에 괴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2%에 달했다.

 어떤 문제점을 경험했느냐는 질문에는 ‘친구관계’가 646명으로 가장 많았고, 연애관계도 441명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애인이나 가족이 자신의 에스엔에스를 보고 있어서 꺼림칙했다’(253명) ‘자신 또는 애인이 바람핀 사실을 들켰다’(116명) 등 경험이 많았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이메일이 아니라 에스엔에스를 통해서 수상하다고 느끼는 상담자가 많다”고 대형탐정회사 ‘걸 에이젠시’ 대표인 구보다 히사유키 사장은 말한다. 이제까지는 이메일 주고받기로 바람 핀 사실이 발각됐지만 에스엔에스 댓글로 행동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휴대전화에서 에스엔에스를 보는 사람은 패스워드를 입력하지 않고 버튼 한개로 에스엔에스 화면에 간단히 로그인 할 수 있는 기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다. 배우자의 휴대전화에서 슬쩍 에스엔에스로 로그인하면 거기에는 적나라한 바람의 정황증거가 입력돼 있는 사례도 자주 있다고 한다.

 물론 바람기를 풍기는 댓글 뿐만으로 부정의 증거가 되지 않지만 그것을 단서로 미행이나 조사가 가능하다. 더욱이 당사자의 글이 아니어도 그 친구나 동료의 댓글을 꼼꼼히 읽으면 당사자가 주장하는 ‘알리바이’가 무너지는 일도 있다.

 그렇다면 왜 들킬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불륜 커플은 그 행적을 인터넷상에 쓰는 것일까? 두 사람의 교환일기를 쓰면 되는 일 아닌가?

 구보다 대표는 그 심리에 대해 “남성은 내가 조금 나쁜 남자이지라는 냄새를 풍기고 싶어한다. 여성도 ‘애인이 있어요’라고 자랑하고 싶은 심리가 있지 않나 한다”고 분석했다.

 바람기 발각, 이혼과 같은 심각한 사례가 아니어도 에스엔에스의 영향으로 인간관계에 미묘하게 균열이 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앞의 사이버에이전트 조사를 보면 ‘거짓말하기 어렵게 됐다’(303명) ‘초대받지 못한 여행, 술자리를 알고 쇼크를 받았다’(197명) 등 에스엔에스에서 겪은 부작용이 많이 지적됐다.

 도쿄도에 사는 독신 회사원 비(B)씨는 최근 트위터를 시작했다. 자신을 팔로우했던 한명이 우연히 비씨의 여대 시절부터 사이가 좋았던 5명의 친구들을 팔로우하면서 자신 이외에 틈틈히 술자리를 함께 한다는 사실을 알고 쇼크를 받았다. “나 이외는 모두 기혼. 바빠서 좀처럼 약속에 맞추기 힘들어 술자리에 가지 못한 것은 괜찮다. 그렇지만 왜 나만 불러주지 않았는지….”

 트위터에 글을 쓰는 행위 자체로 가정에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시(C·31)씨의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바꾼 뒤부터 에스엔에스에 빠졌다. 디씨는 아이들 보살피는 데 여념이 없는데 남편은 스마트폰으로 친구들의 댓글에 “좋네”라며 멘션 날리기 삼매경에 빠진다.

 “큰 싸움을 벌인 끝에 아이들이 일어나 있을 때는 하지 않고 가사가 끝나고 한다는 등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초등학교 게임 규칙 같아 한심하기도 합니다.”

 에스엔에스의 ‘느슨한 연결’에 빠진 나머지 가족간의 관계가 삐걱거리는 본말전도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인에게 재미있는 꺼리 같은 것은 많지 않다. 그러니까 결국 사생활을 팔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인간관계가 어긋나게 될 수도 있다. 내 강의를 듣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에스엔에스 탓으로 친구관계가 엇나갔다’고 한다. 그렇게 괴로우면 그만두면 그만인데 생각하지만….” 인터넷 문화에 정통한 간사이대학원대학의 스스키 겐스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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