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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우파는 왜 FTA 동의안 처리를 “저질렀다”고 할까

등록 2011-11-30 15:33수정 2011-11-30 17:54

일본의 경제평론가 미츠하시 다카아키가 출연한 일본 케이블 방송 문화채널 ‘사쿠라’ 11월23일 방송분. 유튜브 화면 캡처
일본의 경제평론가 미츠하시 다카아키가 출연한 일본 케이블 방송 문화채널 ‘사쿠라’ 11월23일 방송분. 유튜브 화면 캡처
경제평론가 미츠하시 극우성향 방송 인터뷰서 “한국 미국의 식민지 됐다”
통산성 관료 출신 나카노 교수 “한국 건강·환경·안전을 스스로 결정 못하게 돼”
한국의 보수파와 달리 일본의 보수는 TPP 반대, 자국 시장보호에 적극적
 한나라당이 비준안을 강행처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서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조동중 등 한국의 보수우파 진영은 찬성론 일색이지만, 일본의 보수우파 일각에서는 “한국은 향후 미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것”이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눈길을 끌고 있다.

 일본 보수우파 가운데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일본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며 미국 등과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지만 ‘보수 우파 진영논리’에 매몰돼 찬성론의 한목소리만 내는 한국의 보수우파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보수파 경제평론가인 미쓰하시 다카아키는 23일 일본 우익매체인 케이블 방송 문화채널 ‘사쿠라’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미 FTA를 통과시킨 한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이 미국 등과 맺으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통산성 관료출신인 나카노 다케시 교토대 교수는 지난 10월27일 일본 민방 후지텔레비전의 아침 프로그램 ‘도쿠다네’(특종)에 출연해 “한국은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로 건강·환경·안전 문제를 스스로 결정할 수 없게 됐다”면서 환태평양경제 동반자협정 체결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카아키는 우리 국회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 것을 두고 “저질렀다”고 묘사하며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김선동 의원이) 최루탄을 던져서가 아니라 한미 FTA를 한국 국회가 가결했다. 이거 저질렀구나 하는 느낌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FTA가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투자자 국가소송제도(ISD), 서비스 시장의 네거티브 방식 개방(미래에 생겨날 새로운 서비스 시장은 무조건 개방하는 방식), 역진 방지조항(한번 개방한 것을 되돌릴 수 없게 한 조항)들이 독소조항이라고 밝혀진 시점에서 미 의회의 비준이 끝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인터넷에서는 이미 (문제점들이) 들통났는데도 한국 언론들은 일절 보도를 하지 않아 미국에서 비준된 뒤에 들켜서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일본은 TPP 관련 교섭조차 참가하지 않은 단계에서 국민들에게 (독소조항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타이밍’의 차이가 일본을 구할지도 모른다”며 한미 FTA 검증보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우리 언론의 행태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 다카아키는 한국이 이익을 본다고 평가된 자동차 분야에서도 매우 불평등한 협상결과가 나왔다고 혹평했다. 그는 “(한미 FTA로) 한국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 부과 관세 2.5%가 철폐되지만 미국 자동차 회사들이 한국 자동차 수입 때문에 어려워졌다고 불평하면 (미국이 부과하는) 관세는 부활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 회사들이 똑같은 이유로 한국 정부에 관세를 부활해달라고 요구하면 못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이는 2010년 12월 한미 FTA 재협상 때 추가된 내용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말을 들은 사회자가 “이런 협상에 사인해도 괜찮은 걸까”의문을 제기했지만 다카아키는 “이미 늦었다. 22일 통과해버렸다”고 답했다. 이어 걱정스런 표정을 지은 사회자가 “한국이라는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라고 묻자 다카아키는 “한국은 완전히 경제 주권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주권이라는 건 자국의 제도, 방향성을 스스로 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그게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미국의) 속국이라고 해야 할까”라고 묻자 “속국이라기보다는 식민지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다카아키는 “경제 주권을 잃은 나라가 어떻게 되는지는 2, 3년 뒤 한국을 보면 명백해질 것이다. 한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일본이 미국과 맺으려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아키의 9분짜리 동영상은 유튜브(http://youtu.be/dGcVGU3Mvow)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다. 이웃 나라인 일본의 경제전문가조차 이런 시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크게 분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보다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 (@youngmoo***), “짜증나다가 맞는 얘기라 눈물이 ㅠ”(@jarug***) 등의 글을 남기며 트위터에 관련 영상을 퍼나르고 있다. 반면, “극우 방송에 나온 전문가의 발언을 일본 전체의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sum1***)는 의견도 있다.

 일본 케이블 방송 <사쿠라>는 극우 성향의 방송이며 방송에 출연한 미쓰하시 타카아키도 우익 성향의 경제평론가이다. 2010년 7월 참의원 선거에 자유민주당 비례 대표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했다. 한국경제에 정통해 <사실은 위험한 한국경제>(2007), <부자 삼성 가난한 한국>(2011) 등의 저서를 쓴 한국통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보수진영에서 관세철폐 등 시장개방에 신중한 의견이 만만찮은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가 중 무역의존도가 18위(2009년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낮아 내수시장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국내총생산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3.4%로 1위다. 여기에다 농업을 천대하는 한국과 달리, 농업에 대한 각종 푸짐한 보조금 지급 등 농업보호 강화정책을 오래 전부터 펴오고 있는 배경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 관료들과 달리, 일본 관료들이 자국 시장보호에 적극적인 점도 시장개방 신중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허재현 기자 catalunia@hani.co.kr,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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