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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너무 조용한 후지산…일 화산학자들 “불안하네”

등록 2011-12-09 11:16수정 2011-12-09 22:41

후지산의 분화 및 붕괴가능성을 다룬 시사주간지 아에라 특집기사
후지산의 분화 및 붕괴가능성을 다룬 시사주간지 아에라 특집기사
“지난 3월 이후 너무 조용해 화산학자들은 불길함을 느끼고 있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아에라> 최근호(12월12일)는 후지산의 분화와 붕괴 가능성을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다음은 요약된 기사이다.

지진으로부터 8개월 지났다. 3월11일 동일본대지진이 아니다. 그 나흘 뒤인 3월15일 오후 10시31분에 후지산 바로 아래에서 일어난 매그니튜드(M) 6.4의 지진이다.

도쿄대학 지질연구소 교수로 ‘화산분화예측연락회’ 부회장인 나카다 세츠야는 이렇게 회상했다.

“그 때 후지산이 분화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하기 짝이 없다.”

도쿄대학 명예교수로 화산분화예측연락회 회장을 맡고 있는 후지이 도시쯔구도 이렇게 말한다.

“관측 데이터에 이변은 아무것도 없다. 단지 ‘현재로서는’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실제로는 영향을 받고 있는데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고 있을 것뿐인지도 모른다. 20세기 중반 이후 매그니튜드 9를 넘는 지진은 5번 있었다. 그 모두에서 화산 분화는 예외없이 유발되었다.”

화산분화예측연락회는 대학이나 정부기관의 전문가와 관계부처의 담당자 30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본의 화산분화를 판단하는 최고기관이다. 그 최고책임자와 부회장 3명 가운데 1명이 지금도 불길함을 느끼고 있다.

헬기에서 촬영한 석양무렵의 후지산.
헬기에서 촬영한 석양무렵의 후지산.
문제의 지진이 일어난 날. 후지이 교수 자택에는 이미 전화가 걸려왔다. “후지산은 분화하는 거 아닌가요” 나카다 교수에게서였다.

“나도 혹시나 하고 생각했다. 다만 (화산활동을 시사하는) 미동은 나오지 않았다. 분화로 이어진다고 해도 당장은 분화는 없지 않을까.”

후지이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마그마 덩어리의 윗부분이 움직인다면 어떤 변화는 있겠죠.”

나카다 교수는 그런 감촉을 말하고 후지이 교수와의 전화를 끝내고 가족에게 전화를 넣었다.

“후지산이 분화할 거야.”

그 무렵 기상청 지진화산부의 화산과장인 야마자토 히토시는 도쿄 오테마초에 있는 청사 7층에 있는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 과내 모니터는 진원 장소가 후지산에 가깝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불안을 느낀 야마자토 과장은 곧 화산감시·정보 센터가 있는 2층으로 향했다.

어느 깊이로 일어난 지진인지, 보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었다. 산 정상의 남쪽 4㎞, 깊이 약 15㎞ 규모의 진원이라는 것을 알았다. 후지산의 마그마 덩어리가 있다고 알려진 장소의 바로 위였다.

“마그마가 분화로 향한 활동을 시작해 그에 따라 일어난 지진아닐까.”

과내에서 논의가 시작됐다.

“마그마 덩어리로 인해 일어난 지진이라면 암반에는 밑에서부터 위로 힘이 가해질 터이다. 그러나 진원의 단층은 상하가 아니라 옆으로 어긋났다.”

“마그마 상승에 따른 지진이라면 지진의 회수는 줄어들지 않을 터이다. 그런데 회수는 줄어들고 있다.”

단시간내 판단은 어렵지만, 마그마가 활동하고 있다는 우려를 일축하는 견해가 잇따랐다.

“화산활동에 의한 지진이 아니라 통상의 지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지진의 영향으로 마그마 덩어리가 반응을 일으켜 분화로 이어지는 활동을 시작한 것은 아닌가.”

야마자토 과장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있는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총괄 주임연구원에게 전화를 넣었다. 후지산의 감시와 연구에 30년 이상 넘게 전념해온 베테랑 연구원의 견해가 궁금했다.

지진발생 뒤 지진정보가 곧 발표된 것은 방재과학기술연구소가 일본내 약 1900곳에 설치한,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성능 지진관측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년을 3년 앞둔 이 연구원은 후진에게 화산감시 리더역을 넘겨주었지만 후지산에 관한 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다.

“이 장소에서는 이제까지 없었던 커다란 규모의 지진이다. 추이를 지켜보자.”

두 사람의 의견은 일치했다.

후지산의 고향 시즈오카현에서도 분화를 걱정하는 학자가 있었다. 후지오카방재총합연구 센터 부센터장인 고야마 마고토이다. 시즈오카 출생으로 후지산 연구를 일생의 업으로 삼아 왔다. 고향에 남은 고문서 기술을 조사하면서 후지산의 과거 분화 실태를 차례차례 규명해왔다.

“분화가 시작되면 분연(분화로 인한 연기)이 보일지도 모른다.”

인터넷으로 연결된 ‘후지산 라이브카메라’를 곧바로 봤다. 그러나 곳곳은 조용했다. 화산 연구자들의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 것은 303년 전 에도시대에 일어난 후지산 대분화이다. ‘호우에이 대분화’로 일컬어진다. 죽은 사람이 나왔다는 기록은 없지만 화산재는 에도 마을에까지 쌓였다. 호우에이분화 49일전 호우에이지진(매그니튜드 8.6)이 일어난 것으로 미뤄 지진이 유발한 분화로 여겨진다.

3월15일 지진을 일으킨 단층을 기상청이 해석한 결과 세로 7㎞, 폭 1㎞로 추정됐다. 후지산의 크기에 견주어 종횡으로 2배 규모 정도의 거대한 바위가 움직인 셈으로 조금쯤은 반응이 있어도 좋을텐데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그것이 연구자의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킨다.

“실제로 영향을 받고 있는데 우리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인지도 모른다.”

예측연락회 회장인 후지이 교수가 앞서 말한 이 말은 어떤 상황을 추정한 것인가.

후지 교수의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것은 지난해 2월 칠레 중부 해안가에서 일어난 칠레지진(매그니튜드 8.8)이다. 약 50년 전에 거의 같은 장소에서 매그니튜드 9.5의 지진이 일어난 직후에 주변 화산군이 분화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 화산군의 재분화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계됐다. 그러나 분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진의 에너지 양이 작았기 때문아닐까라고 많은 화산학자들이 추측했다. 그런데 1년 3개월 뒤인 올해 6월이 되자 분화가 시작했다. 후지이 교수는 말한다.

“마그마의 상승은 마그마 안의 휘발성분이 발포해서 일어난다. 가장 많은 휘발성 성분은 물이다. 그러나 깊이가 4㎞ 정도의 얕은 곳까지 상승하지 않으면 물은 발포하지 않는다. 물에 비해 매우 적지만 마그마에 함유된 탄산가스는 마그마 덩이의 깊이에서도 발포한다. 지진에 의해 탄산가스가 반응하고 곧 거품을 내기 시작한다. 서서히 시간에 따라 상승해 앝은 곳까지 오면 이번에는 마그마의 안에 있는 물이 일제히 팽창한다. 그러면 한꺼번에 상승해서 분화로 치닫는다.”

마그마 덩어리는 종종 탄산음료와 맥주 병으로 비유된다. 병을 심하게 흔들면 안의 음료가 발포하지만 마개가 닫혀있는 한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마개를 열면 탄산가스가 분출한다. 밀폐되지 않는 땅속에서 마그마가 흔들리면 거품이 생긴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후지산에서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할 수 없을까.

“교과서적으로는 마그마가 상승하고 있다면 화산성 미동으로 불리는 진폭이 작은 지진이 일어난다. 다만 지하 10㎞의 얕은 곳까지 오지 않으면 관측이 어렵다. 솔직히 깊은 곳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른다.”

후지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때문에 후지산은 지금도 감시강화태세에 놓여 있다.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화산관측관리실장으로 현재 화산감시 최고 책임자를 맡고 있는 다나다 도시카즈는 이렇게 말했다.

“3월15일의 지진은 호우에이 지진에 비하면 에너지 양은 미미한 것이다. 그러나 ‘8개월간 아무것도 없으니까 안심’라고는 도저히 할 수 없다. 화산학은 그 지진이 마그마에 어떤 영향을 전하고 있는지, 아직 과학적으로 충분히 이해되지 않고 있다. 마그마 덩어리의 위치를 아는 것도, 지진파의 분석과 전자기를 사용한 탐사로 주위와 비교해 이곳이 왠지 이상하다는 정도이다. 누구 한명, 그 위치와 덩어리의 총량, 마그마의 물질 성분은 알지 못하고 있다.”

화산학자들이 이처럼 움추려들고 있는 것은 올해 1월 약 300년만에 본격적으로 분화한 신모에다케(미야기현, 가고시마현 경계에 위치) 분야 예측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런 전조도 포착하지 못한채 분화하고 말았다. 마그마가 언제 화구 근처까지 상승해왔는지 데이터를 역추적해서 조사하고 있지만 지금도 알지 못하고 있다.”

후지이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화산학자들은 이제 분화뿐 아니라 후지산 일부가 무너져내리는 ‘산체붕괴’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달 17일 대규모 분화에 대한 공부모임이 내각부에서 열렸다. 후지이 교수 등 약 20명의 전문가가 모였다. “왜 후지산의 해저드맵(재해위험예측도)에는 ‘산체붕괴’가 포함돼 있지 않는가.”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의문이 제기됐다.

“산체붕괴는 문자그대로 산의 절반이나 3분의 1이 붕괴되고 마는 현상이다. 붕락되는 토사의 속도는 시속 100킬로를 넘는다. 전조없이 일어나면 토사가 도달하는 지역은 전멸될 것이다.”

후지산에서 과거 적어도 산체붕괴는 4번 일어났다. 동쪽 사면에서 2.5만년전, 서남서쪽에서 2만년쯤, 동쪽에서는 약 1.6만년전. 그리고 약 2900년전. 2900년전 산체붕괴는 현재 오텐바 방면쪽으로 붕괴돼서 ‘고탄바 간세쯔 붕괴’라고 불린다.

원인은 지진인지, 그것과는 별개인가. 4번의 산체 붕괴가 왜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18세기 이후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한 컨 화산재해를 보면 약 80%는 산체 붕괴에 의한 희생자이다. 1888년(메이지 21년) 반다이 산에서 일어난 산체 붕괴의 경우 산정상이 165m 푹파여 400명 이상이 사는 마을을 완전 매몰시켰다.

그렇다면 후지산에서 대분화가 발생하면 피해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한 연구기관 조사에 따르면 최대 2조5천억엔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네다공항과 나리타 공항 등 수도권 공항은 폐쇄될 것으로 보인다. 화산재를 피하기 위해 비행중인 항공편을 안전하게 다른 공항으로 착륙시켜야 한다. 지난해 4월 발생한 아이슬랜드 화산분화로 약 30개국의 공항이 1주일 정도 폐쇄돼 10만편 이상이 결항됐다. 비행중의 항공기 엔진에 화산재가 들어갈 경우 엔진이 멈춰서버리기 때문이다. 일본항공 오페레이션콘트롤센터의 한 전문가는 화산재가 비행에 미치는 영향을 이렇게 말했다.

“화산재는 700도를 넘는 엔진 연소실에 빨려들어가면 녹아버린다. 녹은 화산재는 엔진 안의 날개에 달라붙어 공기의 흐름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엔진의 가동에 필요한 공기가 흡입할 수 없게 된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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