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호세이대학 마키노 에이지 교수가 13일 오후 가천대에서 열리는 국내 학술대회에 참석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현지 주민들이 겪는 후유증을 조사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가천대 제공
“후쿠시마현 자동차 번호판을 달고 운전하던 중 다른 차량들이 멀리 피하는 경험을 겪은 주민도 있습니다. 또 유기농법으로 미래를 꿈꿨던 농민 가운데 농지가 방사능에 오염된 것을 비관해 자살한 농민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현지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런 삶을 사는지를 일본 대학교수가 국내 학술대회에서 공개한다. 일본 도쿄 호세이대학 철학과의 마키노 에이지(사진) 교수는 1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가천대학교 국제어학원에서 아시아문화연구소가 여는 국제학술대회에 참가해 ‘아시아 문화연구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야기’를 주제로 발표한다. 마키노 교수는 호세이대학 지속가능성연구교육기구 철학·윤리학 전공 연구원으로서, 지난해 10월 지진·원전사고 지원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민들과의 대화를 구술역사(oral history)로 기록했다.
12일 미리 공개한 자료를 보면, 마키노 교수는 “일본 사회가 근대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전제한 뒤, 원전 사고 후유증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후쿠시마현 주민들의 속마음을 절절하게 소개했다. 그는 “방사능 전염 풍문에 후쿠시마현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차별을 당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적지 않다”며 “부유층은 후쿠시마를 떠나고 있는데 원전이 없는 오키나와로의 이주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마키노 교수는 이어 “현 밖으로 이주한 사람들조차 출신지를 숨겨야 하고 대다수는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렵게 지낸다”며 “임시주택이나 피난시설에서 숨진 고령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또 “방사능 오염에 따른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젊은 여성이 임신과 출산을 기피해 이혼이나 가정 붕괴 비극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얘기를 언론에서도 자세히 다루지 않았고 대부분의 주민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특히 마키노 교수는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포함해, 환경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대를 넘어 전통문화나 의식주, 생활양식과 그 기반을 송두리째 파괴했다”며 “일본 정부의 원전 기술 수출은 머지않아 동아시아 전통문화나 생활양식을 대규모로 파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칸트 철학을 연구한 그는 최근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에 관심을 두고 안중근기념사업회 위원으로 활동중이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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