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케이비 48
AKB48 둘러싸고 “성적 표현 지나치다” “예술이다”
십대 초반 소녀가 포함돼 있는 일본의 국민적 아이돌그룹인 에이케이비48(AKB48)의 노래말과 뮤직비디오를 둘러싸고 성적 착취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시엔엔> 여기자 안나 코렌은 지난 13일 일본 상업위성방송채널인 ‘시엔엔재팬’을 통해 방송된 프로그램 ‘토크 아시아’에서 에이케이비48의 종합 프로듀서인 아키모토 야스시(55)와의 인터뷰에서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적착취에 관여하고 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코렌은 에이케이비48의 노랫말 중에는 성적 표현이 지나치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멤버 중에는 아직 13, 14살의 여자아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키모토는 직설적인 성적 표현은 없고 가사에 로맨틱하게 바꾸어 부르고 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발칙한 놀이가 하고 싶다’는 표현이 들어있는 곡 ‘제복이 거추장스럽다’에 대해 “멤버들이 연극과 같이 단지 연기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래도 코렌 기자는 멈추지 않았다.
“일본사회에는 현재 어린 여자아이들의 성적인 착취가 많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제작한 뮤직비디오에도 제복이나 비키니, 섹시한 속옷을 입은 여자아이들이 서로 키스하거나 욕조에 들어가는 등의 표현이 있습니다. 자신은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아키모토는 그 자리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라고 부인하며 “그것은 아트(예술)이니까요”라고 강조했다.
아키모토에 따르면 코엔 기자가 지적한 것은 2010년 8월18일 발매한 곡 ‘헤비 로테이션’. 이 곡의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끼리 키스하거나 욕조에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런 장면에 대해 아키모토는 “예술이냐, 외설이냐라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개개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반론을 폈다.
일본 인터넷에서는 방송 뒤 두 사람의 공방에 대해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온라인 매체인 <제이케스트>가 16일 전했다. “에이케이비는 에로 노선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 파멸할 걸” “일본 언론에서는 이 정도로 듣지 못했다”라는 코렌 기자의 지적에 찬성하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미국에서도 섹시한 표현은 많다” “어리게 보이는 아시아 여성 그룹을 아동 포르노 취급한다” 등 반론도 만만찮았다.
성적 표현이 비교적 자유로운 일본에서도 어린 소녀가 포함된 에이케이비48의 노랫말과 뮤직비디오의 성적표현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일찍부터 제기돼 왔다.
일본의 인기 개그맨 오카무라 다카시는 지난해 6월 라디오방송에서 “에이케이비48의 무대는 음란한 가게의 모습을 연상시킨다”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에이케이비48은 10대초반에서 20대초반의 여성들로 구성돼 화려한 율동과 ‘언제든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이라는 친근한 아이돌그룹이라는 콘셉트로 일본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최고의 아이돌그룹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2005년 일본 도심 아키하바라의 전용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할 당시만해도 ‘아키하바라 오다쿠에 인기있는 아이돌’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으나 현재는 국민여동생 아이돌로 성장했다. 멤버들은 수시로 교체해 2005년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원년 멤버 24명 중 남아있는 멤버는 이타노 도모미 등 6명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23번째 싱글 ‘바람이 불고있다’ 발매 시점에서 시디판매가 1034만장을 기록해 일본 여성그룹으로서 4번째 1000만장을 돌파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에이케이비 48 헤비로테이션 앨범. 사진 에이케이비 한국홈페이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