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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아사다 마오 “내 어머니 죽음을 이용하지 말라”

등록 2012-01-25 11:49수정 2012-01-25 12:04

아사다 마오
아사다 마오
어머니 죽음을 책 판매 홍보에 이용한 출판사에 분노
자신의 에세이집 발매 중지 선언
“이 책은 나의 경기생활을 통해 모든 사람에 대한 메시지 북으로서 1년에 걸쳐 제작을 추진해온 것이지만, 책의 선전에 대해 내 생각과 다르게 진행된 바가 있어 출판을 중지시키게 됐습니다.”

일본의 국민요정 피겨스케이트 선수인 아사다 마오(22)가 지난 12일 자신의 블로그에 에세이집 <괜찮아, 내일은 분명할 수 있어>의 발매중지를 선언해 일본 열도를 들끓게 하고 있다. 다음달 8일 출간예정으로 이미 선주문만 10만 부나 쇄도한 책의 출간을 저자가 중지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다.

일본 언론보도를 보면 아사다 마오는 출판을 담당한 포프라 사가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엄마, 정말로 고마워”라는 홍보문구 표현을 사용하는 등 아사다 마오의 어머니 죽음을 책 판매 광고에 이용한 데 분노했다고 한다.

아사다 마오는 책 출간 중단 선언하기까지 출판사 쪽과 세 번이나 충돌이 있었다고 일본의 여성잡지 <여성세븐>(2월2일 호) 최근호가 보도했다고 일본 전문 매체인 <제이피뉴스>가 전했다. 그가 출간하려고 했던 책은 2010년 벤쿠버 올림픽 여자 피겨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2년간 일상생활, 스케이트에 대한 자신의 생각, 그리고 어머니와 생전에 나눈 이야기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아사다는 지난해 12월 어머니가 사망했을 당시 책 출간을 연기하려고 했으나 출판사 쪽에서 “스케줄이 결정돼서 발매일을 연기할 수 없다.”라며 출판을 밀고 나갔다고 한다. 아사다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책을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라는 생각에 출판사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난해 12월30일 “내 인생을 최고로 빛나게 해준 가장 소중한 말 ‘마오라면 할 수 있어!’”라고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책 광고 내용을 본 아사다 마오가 혐오감을 드러냈다고 한다. 에세이집에는 모녀의 이야기가 담겨 있으나 어머니의 투병생활이나 사망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다.

아사다 마오는 “어머니의 죽음을 이용하는 건 정말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출판사 관계자에게 확실한 입장을 밝혔다고 일본 피겨 관계자들은 말했다. 하지만, 이때도 주위에서 “인용구니까 깊은 의미가 없다.”라고 설득했고 그는 마지못해 이해하던 중 광고 포스터까지 나오자 참고 있던 분노가 폭발했다는 것이다.

피겨 관계자는 “그 문구는 책에서 인용한 것도 아니었고, 순전히 선전용으로 만들어졌던 것 같은데 이 문구가 마오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게 만들었죠”라고 말했다고 <여성세븐>은 전했다.

와타나베 다케사토 도시샤대학교수(사회학)는 25일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에 기고한 글에서 “지난해 말 캐나다 국제선수권대회 결승전을 앞두고 어머니의 병환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고 경기출장을 포기하고 급거 귀국했으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라면서 “그 마음을 타인이 짐작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이번 사태가 유명인을 이용한 일본의 출판판매 풍토의 부작용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출판 대국이라는 일본에서도 인터넷에 의한 판매 형식의 다양화와 활자이탈 현상에 의해 종이매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이에 따라 텔레비전 매체가 비극, 기적, 감동을 열쇳말로 한 프로그램의 주체로 나서면 출판계는 텔레비전과의 협력과 저자의 지명도를 이용하는 것을 안전판으로 저명인의 이름 빌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와타나베 교수는 “넘쳐나는 연예인 책 가운데에는 실제 출판되기까지 저자 자신이 책의 내용을 모르는, 믿을 수 없는 방식으로 제작된 것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사다 선수의 경우는 편집자를 포함해 주위의 관계자에게 도움을 받은 것이 사실 일 테지만 진지함 면에서는 누구한테도 뒤지지 않는 그녀로서는 피겨스케이트와 그 수행 체험의 진면목을 세상에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책 발행 직전에 벌어진 어머니의 죽음이 가족과 자신의 안에서 중요하고 그런 만큼 판매 도구로 삼고 싶지 않다는 당연한 마음을 출판업계가 짓밟고 말았던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도형 선임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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