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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핵쓰레기 저장고 7년반뒤 포화…“화장실 없이 집 지은 셈”

등록 2012-03-08 22:11수정 2012-03-08 23:39

[후쿠시마 끝나지 않은 재앙] ③ 영구미제, 핵쓰레기
일본 본섬(혼슈) 북동쪽 끝 도끼 모양을 한 시모기타 반도엔 일년 내내 바람이 거세게 불고 겨울이면 눈도 많이 내린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개척지를 찾아온 이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조개 양식을 하거나 젖소를 키우며 산다. 영험한 산으로 유명한 오소래산의 절엔 전국에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

“지난해엔 관광객이 뚝 끊어졌어요.”

36년간 이곳에서 택시운전을 해왔다는 이시다 가쓰마사는 “지난해가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3·11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이곳까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월27일 택시가 기자를 내려준 곳은 반도 한가운데 잘록한 부분에 있는 무쓰시의 동쪽 해안. 공사장의 울타리 너머에서 굴삭기 한대가 1m 넘게 쌓인 눈을 밀어내고 있었다. 도쿄전력이 80%를 출자한 ‘리사이클 연료 저장 주식회사’의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 공사 현장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모든 핵시설 공사는 중단됐는데, 이곳이 3월중 맨 먼저 공사를 재개한다. 도쿄전력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까닭이다.

지난 2월28일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 홍보센터에서 바라본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공장 주변에는 모두 77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지난 2월28일 일본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 홍보센터에서 바라본 공장 굴뚝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공장 주변에는 모두 77기의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사용후 핵연료는 100만㎾급 원자로 1기를 1년간 가동하면 30t가량 나온다. 그야말로 방사능 덩어리다. 일본 전력회사들은 이를 원전 안에 보관하고 있는데, 여유 공간이 바닥나고 있다. 도쿄전력의 경우 2010년 9월 현재 3곳의 원전에 5160t의 사용후 핵연료를 갖고 있다. 저장 공간 여유는 1210t으로 겨우 3년 반치다. 그런 가운데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사고가 나, 사용후 핵연료를 옮길 공간이 더 급히 필요해졌다. 도쿄전력은 무쓰시에 3000t을 저장할 수 있는 건물을 먼저 짓고, 추가로 2000t 규모의 시설을 지을 예정이다. 사용기간은 50년이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모토키 보토쿠는 “원자력발전소가 아니니까 괜찮지 않겠어요?”라고 이젠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롯카쇼무라 재처리공장이나 (플루토늄연료를 쓸 예정인) 오마 원전은 좀 걱정된다”고 말끝을 흐렸다. 두 곳 모두 무쓰시에서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

일본 전력회사 가운데 사용후 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을 짓고 있는 곳은 도쿄전력(일본 원자력발전이 20% 투자) 뿐이다. 9개 전력회사 전체로 보면, 2010년 9월 현재 원전에 1만3530t을 보관하고 있고, 7년 반의 여유밖에 없다. 서둘러 저장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는 원전을 가동하지도 못할 지경이다. 도쿄전력은 운이 좋았다. 재정사정이 나빠 겨울이면 제설작업조차 제대로 못하는 무쓰시가 2005년 이 시설을 짓도록 허락해줬다. 무쓰시는 그 대가로 60년간 모두 1000억엔(약 1조4000억원)을 받게 된다. 다른 전력업체들은 ‘재처리 공장’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9개 회사 중 도쿄전력만 추가저장시설 건설중
한가닥 희망 재처리공장, 18차례나 준공연기
가동 땐 오염우려…“폐수농도 원전 2700배”

2월28일 오전, 롯카쇼무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공장 홍보(PR)센터 입구 유리문엔 1992년 문을 연 이곳에 ‘내관객 200만명 돌파’를 알리는 글귀가 붙어있었다. 이곳에선 재처리공장과 우라늄 농축시설 등 롯카쇼무라의 핵시설들을 모두 볼 수 있다. 홍보관까지 지어 이렇게 안전성을 홍보하는 것은, 그만큼 우려를 많이 사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안내원은 “수학여행객 등 월평균 9만명이 다녀간다”고 설명했다.

전력업계가 공동출자한 회사인 일본원련의 재처리공장은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해 재활용하고, 고농도 폐액을 유리와 함께 고체 덩어리로 만들려는 곳이다. 추출한 플루토늄을 핵연료로 다시 쓰면서 고준위 핵폐기물의 양은 줄인다는 게 목표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1993년 착공해 애초 2005년 준공할 예정이던 공장은 그동안 각종 사고로 18번이나 준공이 연기됐다. 올해 초에도 용융로를 가동하다 또 사고가 났다. 건설비도 애초 예상액의 3배로 늘어났다. 반원전 조사연구기관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의 사와이 마사코는 “재처리는 중세의 연금술같은 이야기”라고 지적한다.

공장 가동에 성공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오염 확산, 사고 위험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재처리공장은 본격가동을 시작하면 연간 1만8000조(테라)베크렐의 액체 트리튬(삼중수소)을 비롯해 많은 방사능 물질을 바다와 대기에 방출한다. ‘산리쿠의 바다를 방사능으로부터 지키는 이와테 모임’의 나가타 후미오 간사는 “시험운전중이던 2007년에만 75차례에 걸쳐 평균 원전폐수농도의 560배나 되는 트리튬을 함유한 폐수가 공장에서 흘러나왔다”며 “본격 조업을 시작하면 폐수 농도가 2700배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더 걱정스런 것은 플루토늄 등을 추출하고 세슘 등 방사성물질만 남은 폐액의 유출사고다. 나가타는 “2006년3월부터 약 2년반 가량 시험가동한 롯카쇼무라 공장에 이미 240㎥의 폐액이 쌓여있다”며 “그 안에 들어있는 세슘의 양만 해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유출된 양의 57배에 이른다”고 우려했다.

‘죽음의 재’를 품은 핵쓰레기를 치울 곳이 없고, 그것을 재처리한다는 계획은 더 큰 위험을 품고 있는 일본의 원전산업 현실에 대해 일본 시민운동가들은 “화장실은 생각지도 않고, 집을 지었다”고 지적한다. ‘친환경’으로 포장된, 핵발전의 무서운 뒷모습이다. 롯카쇼무라·무쓰(아오모리현)/

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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