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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보수파, 반한여론 업고
‘독도방문’ 빌미 우경화 맞불

등록 2012-08-15 19:27수정 2012-08-15 22:54

총리 전날 만류에도 강행
“개인자격으로 참배” 강조
각료 야스쿠니 3년만에 참배 왜?
일본의 현직 각료인 마쓰바라 진 국가공안위원장(납치문제 담당상 겸직)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은 15일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추도시설인 야스쿠니신사를 찾았다. 2009년 민주당 정부 출범 이후 이른바 ‘종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첫 정부 각료들이다.

야스쿠니 신사

일본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신사로 도쿠가와 막부 말기의 내전인 보신전쟁 때부터 태평양전쟁까지 일본이 관련된 여러 전쟁에서 일왕을 위해 숨진 이들을 추도하는 시설. 전쟁이 끝난 지금은 일본의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도조 히데키 등 2차 대전의 A급 전범 14명을 1978년 극비리에 합사한 일이다.

지난 8일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자신을 포함한 노다 요시히코 내각의 각료들이 ‘8·15 종전일’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9년 9월 민주당 정권 출범 이후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 마찰을 피하기 위해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이 8·15 참배를 자제하기로 한 방침을 올해도 이어가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한다는 계획이 알려진 10일 하타 유이치로 국토교통상 등 두 명의 각료가 개인 자격으로 참배를 하겠다고 반기를 들었다. 노다 총리는 이날 밤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자제시키겠다”고 밝혔지만, 두 각료는 15일 예정대로 참배를 강행했다. 한국 정부도 참배 계획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개인 자격이라곤 하나 현직 각료의 참배가 몰고 올 외교적 파장을 뻔히 알면서도 굳이 이들이 행동을 강행한 것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잇따른 대일 강경발언 국면에서 일본 정부 내 보수파의 입지가 그만큼 강화된 때문으로 해석된다. 두 사람은 노다 내각의 각료 가운데서도 전부터 보수적인 역사인식을 뚜렷하게 드러내온 인물이다. 4선 중의원인 마쓰바라는 옛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해왔다. 하타 쓰토무 전 총리의 아들인 하타는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소속돼, 전부터 해마다 8·15에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왔다. 그렇다고는 해도 최근 일본에서 반한 여론이 커지고 보수파의 입지가 확대되지 않았다면, 이들이 중국의 반발까지 부를 수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강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마이니치신문>이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한국에 대한 감정이 나빠졌다’는 대답이 50%에 이르렀다. 특히 14일 이 대통령이 ‘일왕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발언하자, 일본에서도 격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노다 총리는 15일 “이해하기 어려운 발언이고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상식을 벗어났다. 천황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닌데 대통령의 발언은 지극히 예의에 어긋난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일본 정부는 15일 외교 경로를 통해 한국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이날 “현직 각료를 포함해 일본의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것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의 피해를 본 이웃 나라 국민들의 감정을 배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위로서 극히 유감”이라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정치인들이 겸허한 자세로 역사를 직시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도 이날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문제는 이런 이웃국가들의 비판에도 상황은 악화될 조짐만 보인다는 것이다. 일본 내에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나 15일 홍콩인들의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상륙 등 일련의 상황을 발판 삼아 보수파가 더 세력을 키우면서,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에 대한 대응이 동북아 국가간 갈등을 키우는 쪽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야스쿠니신사엔 ‘다 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여야 의원 50명가량이 참배했고, 국회의원 40명가량이 대리인을 보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야스쿠니신사 춘계대제 때는 역대 최대 규모인 여야 국회의원 80여명이 참배해, 일본 정치권의 보수화 흐름을 보여준 바 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일본에서 총선이 곧 치러진다면, 독도 영유권 문제가 큰 정치쟁점으로 부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김규원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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