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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에 ‘독도 온건파’가 사라졌다

등록 2012-08-26 19:28수정 2012-08-26 21:33

친서 반송 뒤 분위기 격앙 총리까지 ‘불법점거’ 거론
민주당 정부 기존방침 깨고 일제히 강경론으로 돌아서
일본 중의원(정원 480명)은 지난 24일 민주당과 자민당 등 6개 교섭단체가 공동으로 제출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일왕 관련 발언에 항의하는 결의안’을 표결했다. 한·일 관계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울 이 결의안 채택에 반대한 의원은 공산당(9석), 사민당(6석), 신당대지·참민주(3석) 소속 의원들뿐이었다.

결의안이 채택되기까지 일련의 움직임은 일본에서 독도 문제를 둘러싸고 온건파가 거의 소멸하고 보수·강경파가 득세하는 과정을 뚜렷이 보여준다. 집권 민주당은 21일까지도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독도와 센카쿠열도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중의원, 참의원 예산위원회를 하루씩 열자’는 자민당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었다. 민주당 정부는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 당일 소환했던 무토 마사토시 주한 대사를 22일 귀임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한·일 양국이 독도 문제를 놓고 ‘치킨게임’을 하듯 공방을 주고받으면서, 온건론은 힘을 잃어갔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보낸 친서를 한국 정부가 돌려보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2일이 큰 전환점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23일 중의원, 2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를 열기로 야당과 합의했다. 겐바 고이치로 외무상이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처음 표현한 것도 이날이다.

‘친서 반송’ 공방을 거친 뒤 24일 채택된 국회 결의안 내용도 애초 민주당 안에서 크게 달라졌다. 민주당 안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 점거’ 정도의 표현에 그쳤으나, 자민당은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역사적 폭거로 더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며 ‘불법점거’라고 3차례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자민당 안이 대폭 받아들여졌다.

일본 국회가 59년만에 채택한 독도 관련 결의안의 내용을 노다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외에 다시 한번 공표했다. 현직 일본 총리가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말한 것은 31년만의 일이다. 일본 정부 주변에서는 보수파 정치 엘리트의 산실인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의 노다 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정조회장이 민주당 정부를 이끌며 경쟁하는 상황이라서,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이 일본 정부를 강경론으로 흐르게 할 가능성이 다른 내각 때보다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쓰바라 진 공안위원장 등 민주당 내 보수파 의원들은 8월15일 ‘현직 각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자제’라는 민주당 정부의 기존 방침을 깨뜨리기도 했다. 시마네현이 요구해온 ‘독도 전담 부서’ 설치도 실현 가능성이 커졌다.

일본 국회와 내각에서 한국이 독도를 ‘불법점거’하고 있다고 공식화함에 따라, 내년에 외교청서와 방위백서의 독도 관련 서술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는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영유권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다’고 표현해왔는데, 이것이 ‘(한국의) 불법점거’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 우익 정치인들은 이번 갈등을 계기로, 옛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일본 정부의 방침을 바꾸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시모토 도루 오사카 시장과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는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요헤이 관방장관 담화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일본 정부는 이 문제에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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