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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세상과 격리된 ‘후쿠시마 지옥’…방사능 누출 ‘현재진행형’

등록 2012-10-14 21:03수정 2012-10-15 15:07

건물 벽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내년 말부터 건물 위쪽의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보관된 연료봉을 회수하는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오쿠마마치/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
건물 벽에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4호기. 내년 말부터 건물 위쪽의 사용후 연료 저장조에 보관된 연료봉을 회수하는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오쿠마마치/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
원전 다가갈수록 방사선 수치 올라
1호기옆 “800마이크로시버트” 긴장
쓰나미·폭발 잔해가 쓰레기산
오염수, 탱크 22만t 거의 채워
“사고수습 더뎌도 안전이 최우선”
‘폭발 뒤 1년7개월’ 제1원전을 가다

원전 노동자들의 숙소로 쓰고 있는 제이빌리지(일본 국가대표 축구팀 합숙시설)에서 북쪽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 가는 길 양쪽엔 노란 꽃이 만발해 있었다. 원전사고가 일어난 지 1년7개월, 두번째 가을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논밭은 잡초로 뒤덮여 있었고, 마을엔 인기척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소 출몰 주의’라는 안내판이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주인이 떠난 집에서 뛰쳐나온 소들이 아직도 들짐승처럼 돌아다니고 있어 부닥칠 위험이 있다고 했다.

12일 오전 9시50분. 제이빌리지의 공간 방사선량은 시간당 2마이크로시버트였다. 45명(한국 5명)으로 구성된 한·일 양국의 취재단은 이곳에서 방진복으로 갈아입고, 신발에 비닐 덧신을 두 겹 씌웠다. 면장갑 위에 고무장갑도 두 겹으로 끼었다. 방사성 물질이 호흡을 통해 몸에 들어오거나 몸에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20㎞ 북쪽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 향하는 동안 방사선 수치는 계속 올라갔다. 7.5마이크로시버트가 계측된 원전 정문을 지나자 곧 부서진 원전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호기 앞에선 시간당 100마이크로시버트가 계측됐다. 버스 안에 긴강감이 흘렀다. 원전 건물 앞 펜스는 곳곳이 뒤틀려 있었고, 폭발 잔해들이 곳곳에 그대로 널브러져 있었다. 2호기 앞에는 뒤집힌 차량이 그대로 있었다.

취재단은 4호기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4호기의 건물 윗부분은 포탄을 맞은 듯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대형 타워크레인이 옥상에서 휘어진 철골을 내리고 있었다. 도쿄전력 관계자는 “최근 1호기 격납용기 안의 방사선량을 재보니 시간당 11시버트(1만1000밀리시버트, 1밀리시버트=1000마이크로시버트)였다”고 말했다. 사람이 1시간 있으면 100% 사망하는 정도다. 원전 주변의 방사선량도 높다 보니, 지진해일(쓰나미)에 실려온 트럭, 승용차 등이 뻘겋게 녹이 슨 채 그대로 있었다. 고선량 때문에 10분으로 제한된 취재시간이 지나고 버스에 다시 타려 하자 도쿄전력 직원은 신발에 씌운 비닐덧신을 한겹 벗겨내라고 했다.

“800마이크로시버트, 800마이크로시버트!”

차가 출발해 다시 1호기 옆을 지날 때, 방사능 측정기를 들고 있던 도쿄전력 직원이 갑자기 큰 소리로 말했다. 도쿄의 무려 1만배, 한시간쯤 있으면 사람이 구토증을 느낄 정도의 고선량이다.

사고 처리의 거점 건물인 면진동(지진 및 방사능으로부터 안전장치를 갖춘 건물)에서 만난 다카하시 다케시 소장은 사고 수습이 너무 느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외부에서 보면 늦다고 할지 모르지만, 안전문제를 점검하고 준비를 확실히 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3호기 원전에선 지금도 시간당 1000만베크렐의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고 했다. 사고 초기에 견주면 8000만분의 1이지만, 유출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현재도 사고가 진행중이라는 뜻이다.

원전 터에 쌓여 있는 오염 쓰레기는 콘크리트와 금속 잔해 4만9000㎥ 등 모두 10만㎥에 이른다고 했다. 한편엔 원전 오염수를 담은 탱크가 빽빽이 늘어서 있었다. 22만t을 담을 수 있는 용량인데, 이미 거의 다 차 있었다. 그럼에도 계속 늘고 있는 오염수는 언제 수습이 끝날지 모를 후쿠시마 사고의 심각함을 웅변하고 있었다. 도쿄전력 쪽은 “산 쪽에 12개의 우물을 파서, 원전으로 흘러드는 지하수의 양을 줄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쿠마마치/후쿠시마원전 공동취재단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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