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두달 연속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이는 기금의 규모를 확대하는 금융완화를 단행했다.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조처를 강력하게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기금 확대 규모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금융시장에는 실망감만 안겨주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상처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은행은 30일 열린 월례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푸는 자금의 규모를 80조엔에서 11조엔 추가하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앞서 지난달 기금 규모를 10조엔 늘린 바 있다. 일본은행이 두 달 연속 금융완화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3년 4,5월 이후 9년 반 만의 일이다. 일본은행은 또 금융회사에 저리로 자금을 무제한 대출하는 새로운 융자제도도 창설한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은 이날 정부와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물가 상승률을 1%로 끌어올리기 위해 강력한 금융완화를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1998년 일본은행법을 고쳐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대폭 강화했으나, 이번 공동성명 발표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처에 앞서 일본 정부는 마에하라 세이지 경제재정담당상이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참석하겠다고 압박을 가하는 등 일본은행에 금융완화를 강력히 주문한 바 있다.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조처에도 시장은 오히려 실망감을 나타냈다.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엔화가 달러당 79.8엔에서 79.63엔으로 오히려 강세를 보였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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