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단체, 각료 참가 모임 조사
19명 중 14명 야스쿠니 참배 단체에
9명 식민지배 부정 교과서 모임 회원
“주변 아시아 국가와 소통 어려울 것”
19명 중 14명 야스쿠니 참배 단체에
9명 식민지배 부정 교과서 모임 회원
“주변 아시아 국가와 소통 어려울 것”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가치관 외교’를 표방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지 않는 중국과는 선을 긋고, 미-일 동맹을 축으로 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한국과는 손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베 내각 각료 구성을 보면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를 반성하기는커녕 미화하는 데 앞장서는 인물들로 가득 차 있어서, 이웃으로서 가치관 공유가 과연 가능하겠느냐는 우려가 일본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의 관계자들이 2일 아베 내각 각료 전체 19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개별적으로 참가하고 있는 의원모임 등을 조사해 <한겨레>에 밝힌 결과를 보면, 극우 편향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 후루야 게이지 국가공안위원장, 야마모토 이치타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 9명(47.4%)이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의원들의 모임’에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 모임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반성하고 사과한 그간의 움직임을 이른바 ‘자학사관’이라고 비판하고, 이를 불식시키자는 데 활동의 초점을 맞춰온 곳이다. 2007년에는 옛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한 고노 담화를 부정하기 위해 일본 정부에 재조사를 촉구한 일도 있다. 아베 총리는 이 모임의 전신인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 모임’의 사무국장을 맡은 바 있고, 총리가 되자 교과서 개정을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 다니가키 사다카즈 법무상을 비롯한 14명(73.7%)은 또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속해 있다. 이 모임은 해마다 춘계·추계 대제 때와 8·15에 맞춰 단체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면서, 현직 총리의 공식 참배를 촉구해왔다.
‘일본회의’는 아름다운 일본의 재건과 자랑스런 나라 만들기를 목표로 하는 애국주의 성향의 대표적인 일본 우익단체인데, 아베 내각의 각료 가운데 13명(68.4%)이 구성원이다. 이밖에도 보수계 정치단체인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에 각료 가운데 13명이 속해 있고,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헌법조사추진 의원연맹에 10명, 신헌법 제정 의원동맹에 9명이 속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 3역 가운데 정조회장에 기용된 다카이치 사나에와 노다 세이코 총무회장 등 2명의 여성도 대표적인 우익 정치인이다. 노다 총무회장은 2009년 아소 다로 내각 때 각료로서 유일하게 8월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바 있다.
아사노 겐이치 도시샤대학 교수(미디어학과)는 “아베 정권은 야스쿠니 신사와 국가신도(일본을 신의 나라로 여기는 극우 이데올로기)라는 단어로 상징된다. 지금까지 일본에 우파 내각은 여러번 들어섰지만 극우파 내각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베 내각이 과거사를 미화하는 길로 나아가면 주변 아시아 국가의 국민들과는 전혀 소통을 못하고 일본은 고립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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