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전보장 분야 협력 강화
18일 인니서 ‘아베 독트린’ 발표
환구시보 “일본, 중국 견제 못해”
18일 인니서 ‘아베 독트린’ 발표
환구시보 “일본, 중국 견제 못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6일 베트남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3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취임 뒤 첫 외국 방문지를 동남아시아의 핵심 국가로 잡은 것은 이들과 연계해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18일 이런 외교정책 방침을 담은 이른바 ‘아베 독트린’을 천명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16일부터 19일까지 3박4일간 베트남, 타이, 인도네시아를 잇따라 방문한다. 각국 정상들과 회담을 통해, 경제와 안전보장 분야에서 협력 강화 방침을 확인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16일 오후 첫 방문지인 베트남에 도착해 응우옌떤중 총리와 정상회담을 열고 주변 해역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인 진출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보의 불안 요인이라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하고, 중국의 위협에 두 나라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을 호소했다고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이 전했다. 베트남은 남중국해 섬 영유권을 놓고 중국과 대립하며 미국과 급격히 가까워지고 있는 국가다. 아베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의 모두(첫머리) 발언에서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환경이 크게 변했다. 일본과 베트남의 연대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18일 마지막 방문지인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일본의 아시아 외교 기본방침에 대해 연설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이 연설을 통해, 가치관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전 보장 및 에너지 정책에서 협력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담은 ‘아베 독트린’을 밝힐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그는 16일 순방 전 기자회견에서 “이번 순방을 아베 정권의 전략적 외교의 출발점으로 삼고 싶다. 우선은 자유와 민주주의, 기본적 인권, 법의 지배 등 보편적 가치관을 함께하는 나라들과 연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일본과 가치관을 공유하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바탕으로, 일본이 아세안 핵심국가들과 연계해 중국을 포위해나가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중국 관영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동남아 순방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경계의 눈길을 보냈다.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일본을 ‘아시아의 지는 태양’이라고 지칭하면서, 일본이 결코 중국을 포위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일본은 아시아의 지정학상 지는 태양이다. 중-일 간 전쟁이 벌어져도 일본은 중국에 승리를 거둘 희망이 없다. 아베가 동남아를 방문해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면 그는 일본을 아시아 무대에서 광대로 전락시키는 것이다”라고 비꼬았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일본 총리와 외무상이 잇따라 동남아를 방문하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귀환 전략을 따라 하면서, 동남아 국가들과 공동으로 중국에 대항하고, 장차 아시아·태평양 안보 구도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중·일 양국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긴장의 수위는 국지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가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쟁 대비 훈련 지시’를 전군에 내렸다. <마이니치신문>은 16일 일본 정부가 센카쿠 주변 섬에 전투기 부대 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 베이징/정남구 박민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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