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불안 초래 않겠다는 소신 변함 없어”
중의원 선거 앞두고 무리 않기로 판단한 듯
중의원 선거 앞두고 무리 않기로 판단한 듯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패전 60돌을 맞는 오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일본 언론들이 12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고이즈미 총리가 이날 총리 관저에서 지난 2004년 4월 참배 뒤 “종전기념일과 그 전후의 참배에 구애받아 다시 국내외에 불안과 경계를 갖게 하는 것은 나의 뜻에 반한다”라고 소감을 밝힌 것과 관련해 생각이 바뀌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발언은 8·15 참배는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통신은 풀이했다.
또 고이즈미 총리가 적어도 선거 전에는 참배를 강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그가 지난 8일 중의원 해산 뒤 “선거에서 야스쿠니 참배를 쟁점으로 삼을 생각은 전혀 없다”고 밝힌 데 대해 총리실 관계자들은 “투개표 전까지는 참배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총리실 주변에선 야스쿠니 참배가 선거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정 민영화를 최대 쟁점으로 삼아 개혁 대 반개혁의 선거 구도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반대론이 만만찮은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하는 것은 선거의 쟁점을 흐리게 할 뿐 아니라 주변국과의 외교마찰을 확대해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참배한다면 ‘자살골’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참배에 반대하는 공명당과의 선거협력이 절실하다는 점도 선거 전 참배를 어렵게 하는 요소다. 공명당은 중의원 해산 뒤 여러 채널을 통해 “참배하면 협력은 끝”이라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후유시바 데쓰조 공명당 간사장은 1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8·15 참배의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참배하는 쪽이 보수층 지지 확보에 유리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아 기습참배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이즈미 총리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뭐든지 할 것이므로 투표일 직전이라면 알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찬성이 46%로 반대(38%)를 웃돌았으나, 같은 기간 <엔에이치케이방송> 조사에선 반대가 46%로 찬성(41%)보다 많았다. 각료들 가운데선 고이케 유리코 환경상 등 2명이 8·15에 참배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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