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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센카쿠 분쟁’에 날개꺾인 일 비둘기파

등록 2013-01-23 20:26수정 2013-01-23 21:33

공명당 대표 “후대에 맡기자” 발언
하룻새 연립여당 반발에 태도 바꿔
하토야마 전총리 ‘역적’ 취급받기도
중 언론 “입으로만 관계 개선” 비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중국과 갈등이 격화되면서 ‘영유권 분쟁이 있음을 인정하자’는 일본 내 비둘기파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통해 ‘현상 타파’를 단행한 일본이 중국과 갈등을 군사력 강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만 뚜렷하다.

자민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21일 아베 신조 총리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하기 하루 전 연 기자회견에서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는) 미래 세대에게 해결을 맡기는 것이 만일의 사태를 피하는 방법이다”라고 말해 큰 관심을 끌었다.

‘센카쿠열도 영유권 문제 해결을 후대의 지혜에 맡기자’는 말은 1978년 중·일 국교정상화 때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한 말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당시 이에 합의한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야마구치 대표의 발언은 당시 덩샤오핑의 말을 인정하고, 양국이 최근 갈등이 격화되기 전 원점으로 돌아가자는 뜻을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홍콩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센카쿠열도 상공에 양국의 군용기가 진입하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마구치 대표는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그는 22일 공항에서 기자들이 ‘중국의 고위인사들에게 그런 제안을 할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영유권보다는 큰 틀의 관계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일본 언론들은 야마구치 대표가 자신의 발언으로 연립여당 안에서 파문이 일자, 궤도를 수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방위상은 야마구치 대표의 센카쿠 상공 양국 군용기 진입 자제 발언에 대해 “현재의 방침을 고수하겠다”고 고려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야마구치 대표는 연립정부를 구성한 당의 대표인만큼 공개적인 비난은 받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비둘기파들은 심한 비난을 받곤 했다. 중국과 관계를 중시해온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지난 16일 베이징에서 자칭린 정치협상회의 주석을 만나 “센카쿠 지역에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있다는 것을 양국이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소데라 방위상은 방송에 출연해 “이렇게 말해서는 안되겠지만 ‘국적(나라의 역적)’이라는 단어가 한때 머리에 스쳤다“고 비난했다. 니와 우이치로 전 중국주재 대사도 센카쿠 영유권 분쟁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대사 재임시절 일본의 센카쿠 국유화가 양국관계를 망칠 것이라고 반대했다가 소환당했고, 곧 대사직에서 밀려났다.

아베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친서를 방중한 야마구치 대표에게 맡겼다. 그러나 <신화통신>은 “아베 총리의 친서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있는지 봐야한다. 댜오위다오 해상 부근에 항공기 운항을 서로 중단하는 등의 구체적인 제안이 없는 것 같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아베 총리가 중-일 관계에 관한 근본적인 준비가 돼 있는지 의문이다. 입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했지만 행동은 그에 따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성연철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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