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국 등 인위적 엔약세 우려
미 자동차업계도 “이웃 궁핍화해”
아베총리 “디플레 탈출 목적” 강변
미 자동차업계도 “이웃 궁핍화해”
아베총리 “디플레 탈출 목적” 강변
일본의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엔화 가치 약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데 대해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자,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까지 나서서 해명하는 등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에선 엔화 약세가 달러당 95엔 수준까지 더 진척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아베 총리는 25일 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일본의 통화정책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르켈 총리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일본(의 외환시장 정책)에 우려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하자 이를 해명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26일에도 다보스포럼 지식인회의에 화상전화로 참가해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독립성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아마리 아키라 일본 재정·경제 재생상은 25일 다보스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세계에서 디플레이션이 수십년 이어지는 나라는 일본뿐이다. 장기 디플레에 직면하는 나라에 앞으로 일본의 정책이 그 처방이 될 것이다”라고 말해, 정책 수정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22일 일본은행이 일본 정부와 공동성명을 통해 통화완화 방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한 뒤, 한때 외환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일본은행의 발표 내용으로 보아, 실제 돈을 시장에 푸는 규모가 내년부터는 줄어들 것이라는 실망감이 퍼지면서 엔화는 달러당 88엔대로 되올랐다. 그러나 재무상과 금융상을 겸임하고 있는 아소 다로 부총리가 외국의 엔약세 정책 비판을 단호히 일축하는 발언을 하자, 엔화 약세는 다시 가속화해 25일 뉴욕 시장에서 장중 91엔대까지 급락했다.
국제사회에선 일본 정부가 인위적으로 엔화 약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비판에 이어,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 오브 잉글랜드의 머빈 킹 총재도 최근 “몇몇 국가는 자국 통화가치를 내림으로써 경기를 자극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말로, 일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업계가 “(일본이) ‘이웃 궁핍화 정책’을 다시 구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일본의 엔화 약세가 수출 경쟁국들한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을 우려하는 까닭이다.
일본에선 일본 정부가 통화완화 정책을 계속하기로 함에 따라, 지난해 11월 달러당 80엔 안팎에서 본격화된 엔화 약세가 달러당 90엔을 넘어 한 단계 더 진척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여러 연구기관의 분석에서 구매력 평가를 고려한 적정 엔-달러 환율은 95엔가량이라는 분석이 많다고 27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4월 초 임기가 시작되는 일본은행 새 총재 인선 작업에 착수했다. 새 총재가 취임하면 물가 2% 목표 달성을 위한 더 공격적인 정책수단이 도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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