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없는 부서 발령으로 ‘퇴직’ 압박
후생노동성, 노조 고발에 조사 착수
후생노동성, 노조 고발에 조사 착수
대규모 적자를 내 구조조정이 필요한 일본 기업들이 특정 부서에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 회사는 이들에게 그동안 해오던 일과 상관없는 잡무를 맡기거나, 아무 일도 시키지 않는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회사를 그만둬달라는 것이다. ‘쫓아내는 방’이라고 불리는 이런 부서를 대기업들이 잇따라 만들고 있다는 노조의 고발에 따라 일본 후생노동성이 조사에 들어갔다.
29일 <아사히신문> 보도들 보면, 후생성은 파나소닉, 샤프, 소니, 엔이시, 아사히생명보험 등 5개사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가운데 3곳이 대규모 적자를 낸 전자업체다. 일본 최대의 노동조합인 렌고(연합)의 고가 노부아키 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에서 “대기업에서 잇따라 쫓아내는 방이 발각되고 있다”며, 정부의 조처를 촉구했다.
‘쫓아내는 방’에는 실적이 떨어지는 부서의 사원이나, 퇴사하기를 바랐지만 희망퇴직원을 내지 않은 사원 등이 발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하는 일은 제품을 상자에 담거나, 의사록을 작성하는 등 잡무에 국한된다. 이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곧 회사를 떠나는 사원도 있다고 한다.
후생성 조사를 받고 있는 5개사는 모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후생성도 지금 운영하고 있는 실태만으로는 위법행위가 있다고 단정짓지는 않은채, 주의만 줄 계획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퇴직을 직접 강요하는 것을 불법이지만,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후생성은 노조의 요구에 따라, 광범위한 실태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