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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쓰나미에 주인 잃은 휴대전화…2년만에 가족 품으로

등록 2013-02-20 20:31수정 2013-02-20 22:50

일 이와테 리쿠젠타카타시서 발견
주인인 시 복지과 근무 50대 여성

바닷물에 잠겼던 전화기 켜보니
가족들과 마지막 문자 고스란히
2011년 3·11 대지진 때 해일에 휩쓸려 폐허가 된 일본 이와테현 리쿠젠타카타시의 시민회관 해체작업 현장에서 지난 15일 휴대전화 한 대가 발견됐다. 작업원에게서 이를 건네받은 <산케이신문> 기자는 휴대전화가 바닷물에 오래 잠겨 있었으니 못쓰게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원을 연결해봤더니 놀랍게도 휴대전화가 켜졌다. ‘자택’이라고 입력된 번호로 전화를 걸자 휴대전화 주인의 어머니라는 사람이 나왔다.

“내 딸 고코는 쓰나미에 휩쓸려 세상을 떠났어요.”

휴대전화의 주인은 후쿠다 고코(당시 54살)였다. 시 복지과 과장대리였던 그는 암 치료를 위해 입원했다가 3월9일 퇴원했으나, ‘일이 밀려 있다’며 10일 곧바로 출근했다. 그리고 다음날 대지진이 일어났다. <산케이신문>은 “그의 집은 시 중심부에서 8㎞가량 떨어진 곳에 있고, 해일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20일 보도했다. 좀더 요양을 했더라면 무탈했을 수도 있을 터였다.

2년 만에 돌아온 휴대전화에는 대지진 당일 후쿠다가 전화를 걸고 문자를 보낸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지진 발생 13분 뒤인 오후 2시59분, 후쿠다는 야마구치현의 숙모에게서 온 메시지에 “나는 괜찮아요. 아직 (땅이) 흔들리고 있어요”라고 답을 보냈다. 3시8분께는 집에 있는 부모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전하고, 10분 뒤 도쿄에 사는 큰딸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작은딸에게도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그리고 3시22분 그는 남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괜찮아? 우린 지금 공원으로 피난중”

해일이 리쿠젠타카타를 덮치기 2분 전,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였다. 12일 아침 가족들은 시청 옥상에 100여명이 피난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이 끊긴 후쿠다를 찾아나섰으나, 옥상에서도 피난소에서도 그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가족들은 3월20일 스포츠회관에서 끝내 주검으로 돌아온 후쿠다를 만났다. 큰딸이 선물한 피아노 건반 무늬를 한 휴대전화 끈과 함께였다.

후쿠다가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작은딸 유리(24)는 휴대전화가 돌아온 것에 대해 “‘언제나 가까이서 보고 있을 테니, 너무 애쓰지는 않아도 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해일 피해가 컸던 이와테현과 미야기현의 연안지역 14개 경찰서엔 그동안 휴대전화, 시계, 지갑 등 20만건의 습득물이 접수돼 3분의 1이 주인을 찾았다. 습득물 접수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리쿠젠타카타에서는 3·11 대지진과 해일로 시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1788명이 희생됐다. 또 3000채 이상의 건물이 전파돼 지금도 파손건물 해체작업이 진행중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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