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일본

2m 넘는 폭설 속 딸 감싸안은 아버지 결국…

등록 2013-03-04 11:50수정 2013-03-04 11:57

체온으로 딸 살리고 숨져
폭설에 눈보라가 겹쳐 주변이 온통 하얗게만 보이고 시야를 잃어버리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 일본 홋카이도를 휩쓴 3일 오전 7시5분께 유베쓰초의 한 창고 앞에서 딸을 품에 꼭 감싸안은 채 쓰러져 몸의 절반이 눈에 묻혀 있는 한 남자를 수색대가 발견했다. 근처에 사는 어부 오카다(53)와 딸 나쓰네(9)였다.

수색대가 이들을 발견했을 때, 딸은 아버지의 품에서 가느다란 소리로 울고 있었다. 스키복을 입고 있던 딸은 손 등에 가벼운 동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오는 북쪽을 등지고 딸을 품에 안고 있던 오카다는 이미 숨져 있었다. 오카다는 1년 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홀로 딸을 키워왔다. 이날은 일본의 ‘여자 어린이 날’(히나 마쓰리)이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오카다가 딸을 위해 케이크를 예약해두고 기대하고 있었다”고 집 근처 가게 주인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오카다는 2일 오후 3시께 친척에게 전화를 걸어 트럭이 움직일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친척은 소방대에 연락했지만, 이미 곳곳에 구조 지원을 나가 손이 없었다. 오카다는 한 시간 뒤 “이대로면 트럭 연료가 떨어진다”면서, 다른 친척의 집으로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그 뒤 연락이 끊겼다.

수색대는 오후 9시반께 오카다의 집에서 2㎞ 가량 떨어진 도로 가에서 오카다의 트럭을 발견했지만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오카다 부녀가 아침에 발견된 곳은 트럭에서 300m 떨어진 곳, 친척집까지는 아직 700m를 더 가야 하는 곳에 있는 목장의 창고 앞이었다.

홋카이도에는 2일부터 폭설과 함께 최대풍속 35m의 강풍이 몰아쳤다. 도로 곳곳에는 2~3m씩 눈이 쌓여 있고, 눈보라로 시계가 1m에도 미치지 못한다. 옴짝달싹 못하게 된 차에서 내려 걸어가다 3명이 동사하고, 눈에 덮힌 차 안에서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가족 4명이 숨지는 등 이번 폭설로 홋카이도에서는 3일까지 8명이 숨졌다. 버스 승객등 650명은 긴급피난했으며, 한때 8000가구에 전기가 끊어졌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