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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섬뜩한 반한시위 맞서 일본양심도 거리로

등록 2013-03-31 20:52수정 2013-03-31 22:38

31일 도쿄 신주쿠 한류거리에서 우익단체 회원들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위안부 동원은 거짓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는 동안 이들의 인종차별주의와 잘못된 역사관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인도에 모여들어 항의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31일 도쿄 신주쿠 한류거리에서 우익단체 회원들이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승천기와 ‘위안부 동원은 거짓이다’ 등의 문구가 쓰인 펼침막을 들고 거리시위를 벌이는 동안 이들의 인종차별주의와 잘못된 역사관을 비판하는 시민들이 인도에 모여들어 항의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우익단체들 5번째 거리 공세
“조센징 나가라” “위안부는 거짓”
주변엔 반대쪽 200여명 모여
“차별주의자들 돌아가라” 비난
31일 오후 2시, 일본 도쿄 신주쿠의 ‘한류거리’ 근처 오쿠보공원에 ‘재일한국인의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모임’(재특회)을 비롯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손에 든 팻말과 펼침막의 구호가 섬뜩했다.

‘조선인 위안부는 거짓이다’, ‘불령조선인은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를 반환하라’, ‘한국인이 텔레비전 방송에 나오지 않도록’, ‘역에서 한글이 사라지도록’, ‘헤이세이(아키히토 일왕의 연호) 조선정벌’, 옛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쓴 팻말도 보였다. 발언에 나선 이들의 입에서는 한국인을 경멸해 부르는 ‘조센징’이란 표현이 계속 흘러나왔다.

“이곳에 코리안타운이란 명소가 있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한 우익단체 간부의 발언에 이어, 재특회 소속이라고 밝힌 한 남자가 “조선학교 사람들은 ‘일본인을 죽여라’ 하는데, 우리가 ‘한국인을 죽여라’고 하면 안 된다니 역차별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환호성을 올렸다.

지난해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에선 우익들의 반한시위가 점점 잦아지고 있다. 우익들은 3월을 ‘불령외국인 추방의 달’로 정했다. 지난 17일에 이어 2주일 만에 다시 열린 신주쿠 한류거리의 이날 우익 시위는 올해 들어 5번째다. 우익들은 이날 오사카에서도 반한시위를 벌였다.

2시반께 공원 뒤편에서 색동옷을 입은 여장 남자가 다른 남자와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집회에 참가중이던 우익들이 이들을 향해 ‘우우~’ 소리를 지르며 몰려가자, 경찰이 이들을 제지하고 즉시 두 사람을 멀리 떼어놓았다. 두 사람은 ‘손을 잡아주세요’라고 쓴 팻말을 목에 걸고 있었다. 마쓰다이라라고 이름을 밝힌 색동옷 차림의 남자는 “원전 반대운동에 참가해온 노동자”라며, “한국인도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지내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메시지를 전하러 왔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우익 시위대 200여명이 2시반께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경찰이 이들의 대열 주위에 배치됐다. 시위대가 큰길로 나서자 인도에서 확성기를 든 사람들이 시위대를 향해 소리를 질러대기 시작했다. “재특회는 돌아가라.” “인종차별주의자들은 돌아가라.”

인도에 선 사람들의 수는 200여명. 이들은 우익 시위대를 계속 따라가며 가운뎃손가락을 날렸다. 시위 신고를 하지 않은 이들이 우익 시위대와 가까워지면 경찰은 인도를 일시 차단하곤 했다. 광대옷을 입은 몇몇은 우익 시위대를 향해 엉덩이를 흔들어대며 인종차별을 조롱했다. ‘증오의 연쇄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쓴 펼침막을 내건 이들도 있었다.

사토라는 이름의 참가자는 “한 누리꾼이 인터넷을 통해 ‘일본 양심의 소리를 들려주자’고 제안해 모이게 됐다”며 “저들은 부끄러운 짓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류거리의 반한시위가 갈수록 과격해지면서, 올 들어서는 ‘한국인 죽여라’ 같은 구호가 난무하곤 했다. 이날은 그런 과격한 구호는 나오지 않았다. 우쓰노미야 겐지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등 인권 변호사 12명은 29일 우익 시위대가 ‘한국인을 죽여라’ 등의 구호를 내건 데 대해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도쿄 변호사회에 인권구제를 요청했다.

또 도쿄 경시청에 적절한 안전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우익 성향의 아베 신조 정부가 들어선 뒤 활개를 치는 극우파에 맞서, 일본의 양심도 본격 행동에 나서는 모습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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