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
새 총채 첫 금융정책회의서
과감한 양적완화방안 결정
자산매입기금·장기국채매입량
내년말까지 두배로 늘리기로
1시간만에 닛케이지수 4%↑
과감한 양적완화방안 결정
자산매입기금·장기국채매입량
내년말까지 두배로 늘리기로
1시간만에 닛케이지수 4%↑
4일 일본 도쿄 증권거래소 시장의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200가량 떨어진 1만2150선 안팎에서 오후 2시까지 지루한 옆걸음질을 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금융정책결정회의 결과를 발표하자 급등을 시작해, 전날보다 2.2%(272)나 오른 1만2634로 거래를 마쳤다. 1시간 만에 무려 4%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행의 이날 결정에 대해 “상상 이상의 내용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아베 신조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은 이날 일본은행은 새 정부에서 새로 임명된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 체제 아래 첫 금융정책결정회의(3~4일)를 열어 ‘양적·질적 금융완화’라고 이름을 붙인 과감한 양적완화 방안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우선 시장에 공급하는 돈의 총액을 2012년 말 138조엔에서 내년 말까지 갑절인 27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자금 증액은 연간 60조~70조엔으로 하기로 해, 올해 말까지 일단 200조엔 수준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 자금을 통해 상장투자신탁 등 투자위험이 큰 자산의 매입량도 늘리기로 했다. 그동안 1단 기어로 달리던 아베노믹스란 이름의 자동차가 3단, 4단으로 변속해 급가속을 한 모양새다.
일본은행은 또 국채 매입액이 지폐 발행액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 ‘일본은행 규정’ 적용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해, 국채 매입에 제한을 없앴다. 일본은행은 장기국채 매입량을 지난해 말 89조엔에서, 올해 말 140조엔, 내년 말에는 190조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상장투자신탁은 연간 1조엔가량씩 사들이기로 했다.
일본은행은 이런 금융완화 정책을 ‘안정적으로 지속하는 데 필요한 시점까지’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은 과감한 통화완화를 기조로 한 아베노믹스의 추진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설정하고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달성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정부와 함께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구로다 총재는 물가상승률 2% 목표를 2015년까지는 달성하겠다며, 이를 위한 추가 금융완화를 단행할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금융정책결정회의에는 정부에서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 재생 담당상도 참가했다.
금융완화 정책이 가속화한다는 생각이 퍼지자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치인 연 0.425%로 떨어졌다. 엔화가치도 전날보다 1.5엔가량 떨어져(엔-달러 환율은 상승) 달러당 95.2엔대(오후 3시30분)에서 거래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기대 인플레’ 자극 지갑 열기
소득증가 없이는 한계 봉착 기대와 우려 교차
“세계에서 디플레이션이 수십년 이어지는 나라는 일본 뿐이다. 장기 디플레에 직면하는 나라들에게 앞으로 일본의 정책이 처방이 될 것이다.”
아마리 아키라 일본 경제·재정 재생 담당상은 지난 1월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하러 가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베노믹스가 엔화 약세를 유도하려는 게 아니냐는 독일 등의 우려에 대해, 디플레이션 탈피를 위한 처방임을 강조하면서 성공할 것이라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발언이다.
통화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투자활성화 조처라는 이른바 ‘3개의 화살’을 축으로 삼은 아베노믹스에서 핵심은 역시 ‘대범한 통화완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이 오래 전부터 일본의 장기불황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를 주창했다는 점에서 아베노믹스는 탄탄한 이론적 기반을 가지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떨어져 가계가 소비를 뒤로 미루고 기업들은 투자를 늦추며, 이로 인해 가계소득이 줄어 소비가 부진해 물가가 하락하는 악순환 속의 경제불황이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1998년 8월 ‘일본의 덫’이란 논문에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대범한 통화정책을 장기간에 걸쳐 시행해야 한다”고 처방전을 제시했다. 조지프 스티클리츠(전 세계은행 부총재·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도 2003년 일본은행이 장기국채를 사주고, 일본 정부는 이를 통해 재원을 마련해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총리가 실제로 그런 정책을 표방하자 크게 환영하고 있다.
대범한 통화완화가 핵심
일본은행이 위험자산 사들여
물가높이고 소비·투자확대 유도
엔화 급락 수출기업 실적 호전 기업 임금인상은 상여금에 국한
수입물가 상승도 부담으로 이어져
비정규직 늘어 임금 상승 어려워
“자산버블 창출 초래 가능성” 비판 아베 총리는 통화완화에 소극적인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의 후임으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임명했다. 그는 재무성 재무관으로 일하던 2000년 8월 일본은행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제로금리 정책을 폐기하자, 부하 직원들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일본은행을 거세게 비판한 적극적인 통화완화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구로다와 함께 일본은행 부총재로 입성한 이와타 기쿠오 전 가쿠슈인대학 교수는 일본 내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나고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는 수준의 물가상승) 유도론자를 대표한다. 일본은행에 이런 인물들을 앉힌 것은, 지난 1월 시라카와 당시 총재를 압박해 물가 2% 목표제 도입과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이끌어낸 아베 총리가 앞으로는 더욱 강력하게 ‘아베노믹스’를 추진해갈 것임을 예고한다. “국채만이 아니라 부동산투자신탁 등 위험자산을 일본은행이 시장에서 사들여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면 실제 물가가 오른다. 그러면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는다. 한편으로 통화완화로 엔화값이 떨어지며 수출이 늘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돼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에 이른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에 담긴 기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출발은 매우 산뜻하다. 지난해 12월16일 총선거를 앞두고 아베 자민당의 압승이 유력해지면서 시작된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감은 주가와 채권값을 큰 폭으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달러당 80엔 수준이던 엔화는 90엔대로 급락해 수출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가시화하고 있다.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아베 총리 내각 지지율이 70%대에 이르러,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의 압승이 유력해지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틀렸다고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기대하는 선순환이 순조롭게 이어질지 의심하는 목소리는 적지 않다. 우선 선순환의 첫고리인 물가상승이 실제 나타나기 쉽지 않으리라는 우려가 나온다. 시라카와 쓰쿠리미치 크레딧스위스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올라 생기는 물가상승률(2%)을 빼고 생각하면 물가가 4% 가까이 올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임금은 물론 주택임대료, 서비스 요금이 큰 폭으로 올라야 한다”며 “국민이 상궤를 벗어났다고 생각할 정도의 통화공급을 계속하지 않는 한 2% 물가 상승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디플레이션은 가계의 수요 부진이 핵심 원인인 만큼 가계의 소득이 늘거나, 저축을 줄이고 소비를 늘릴 유인이 있어야 출구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아베노믹스가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가계의 소득 증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구심도 크다. 아베 총리는 엔화 약세로 실적이 좋아지는 만큼, 기업들이 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 유통업체와 자동차업체를 중심으로 올해 임금을 올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임금 상승은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즈호증권이 3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종업원 5인 이상 민간기업은 올해 여름 상여금을 평균 1.6%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액수로 1인당 6000엔에 불과하다. 올해 기업의 임금 인상은 대부분 상여금 인상에 그치고 있다. 주간 <동양경제>는 4월6일치 ‘급여 대격차 시대’란 특집 기사에서 아베 총리 정부의 임금인상 유도를 ‘광소곡(미친 소동의 노래)’이라며, 자동화, 자원가격 상승과 함께 시장개방 및 비정규직의 급증 때문에 전반적인 임금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올해 임금 인상에서도 비정규직은 제외되고 있다. 엔화 약세의 효과가 중소기업에 미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임금인상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는 가솔린, 밀가루 등 수입물가 상승이 부담이 되고 있다.
과감한 통화완화가 시작되자 물가에 앞서 각종 자산가격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도쿄증권거래소 시장의 닛케이지수는 지난해 11월 이후 40% 넘게 올랐다. 올 들어서는 골프회원권 값이 25%가량 급등하는 등 자산가격 상승이 다른 곳으로도 퍼지고 있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금융회사의 자산운용 담당자들은 훗날 국채값이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채권값이 상승하자 계속 채권을 사들이고 있다”며 “일본은행이 국채가격과 자산버블을 만들어내려고 매진하고 있다”(4월9일치)고 비꼬았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40년 명문 제과학교 벼랑끝 선 이유는
■ 뚜렷한 갑을관계…“갖다바쳐야 했다”
■ ‘성폭행 혐의’ 헤어디자이너 박준 교과서에서 퇴출
■ 중, 신종 AI 바이러스 비둘기서 검출…사망자 5명
■ JYJ 일본 도쿄돔 공연…“15만석 전석 매진, 한류 건재 과시”
‘기대 인플레’ 자극 지갑 열기
소득증가 없이는 한계 봉착 기대와 우려 교차
일본은행이 위험자산 사들여
물가높이고 소비·투자확대 유도
엔화 급락 수출기업 실적 호전 기업 임금인상은 상여금에 국한
수입물가 상승도 부담으로 이어져
비정규직 늘어 임금 상승 어려워
“자산버블 창출 초래 가능성” 비판 아베 총리는 통화완화에 소극적인 시라카와 마사아키 총재의 후임으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를 임명했다. 그는 재무성 재무관으로 일하던 2000년 8월 일본은행이 정부의 뜻을 거스르고 제로금리 정책을 폐기하자, 부하 직원들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일본은행을 거세게 비판한 적극적인 통화완화론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달 구로다와 함께 일본은행 부총재로 입성한 이와타 기쿠오 전 가쿠슈인대학 교수는 일본 내 리플레이션(디플레이션에서는 벗어나고 인플레이션에는 이르지 않는 수준의 물가상승) 유도론자를 대표한다. 일본은행에 이런 인물들을 앉힌 것은, 지난 1월 시라카와 당시 총재를 압박해 물가 2% 목표제 도입과 적극적인 통화완화 정책을 이끌어낸 아베 총리가 앞으로는 더욱 강력하게 ‘아베노믹스’를 추진해갈 것임을 예고한다. “국채만이 아니라 부동산투자신탁 등 위험자산을 일본은행이 시장에서 사들여 경제 주체들이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면 실제 물가가 오른다. 그러면 민간소비와 기업의 투자가 는다. 한편으로 통화완화로 엔화값이 떨어지며 수출이 늘어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 실적이 개선돼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는 선순환에 이른다.”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아베노믹스에 담긴 기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 40년 명문 제과학교 벼랑끝 선 이유는
■ 뚜렷한 갑을관계…“갖다바쳐야 했다”
■ ‘성폭행 혐의’ 헤어디자이너 박준 교과서에서 퇴출
■ 중, 신종 AI 바이러스 비둘기서 검출…사망자 5명
■ JYJ 일본 도쿄돔 공연…“15만석 전석 매진, 한류 건재 과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