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신흥국, 마뜩잖은 엔약세 용인
2월 G20회의때 비판 목소리 실종
달러당 99.8엔…110돌파 가능성도
닛케이지수도 251 올라 1만3568엔

“선진국이 성장하지 않는다면 신흥국이 어떻게 고성장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지난 19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가 열린 워싱턴에서 치담바람 인도 재무장관이 한 말이다. 브라질의 기도 만테가 재무장관은 “일본이 20년 간 디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받아왔음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만테가 장관은 ‘통화전쟁’이란 표현을 써가며 일본의 엔화 약세 유도를 비판하는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앞서 지난 2월 열린 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신흥국들의 강한 견제로 공동성명에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어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 회의에서 목소리가 싹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아사히신문>은 22일 각국 재무장관들의 이런 발언들을 전하며, 세계경제의 후퇴를 우려하는 신흥국들이 일본 아베 정부의 엔약세에 대한 비판에서 선진국 경기부양 옹호로 태도를 바꾼 탓이라고 보도했다.

실제 세계 경제 전망은 어둡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들어 새로 발표한 세계경제 전망에서 일본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국가와 지역의 성장률 전망치를 1월에 견줘 하향 조정했다. 국제통화기금의 한 간부는 “일본, 미국, 유럽의 경제가 회복하지 못하면 결국은 자신들도 성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신흥국이 인정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일본의 과감한 통화완화를 용인하는 내용이 담겼다. 성명 작성을 위한 실무회의에서 엔화 약세에 강한 우려를 나타낸 쪽은 한국과 중국뿐이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미국은 지난 12일 공표한 보고서에서 엔약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지만 이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배려의 표현이었을 뿐 미국 정부는 일본의 통화정책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가 일본의 과감한 통화완화 정책을 사실상 용인함에 따라 엔화가치가 달러당 100엔대로 접어들며 추가로 떨어지리라는 전망이 도쿄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엔화는 22일에도 전 주 말보다 달러당 0.4엔가량 떨어진(환율은 오른) 99.8엔대에 거래됐다. 장중 한 때 99.89엔에 거래돼, 100엔 돌파를 눈앞에 두기도 했다.

외국인들이 일본 주식을 사들이는 흐름은 엔화 추가 약세를 예상하게 한다. 닛케이지수는 22일 251엔이나 올라, 1만3568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유럽계 펀드가 지난 4일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발표 뒤 일본 채권 및 주식을 사들여 ‘엔화 선물 매도, 달러 선물 매수’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미 달러당 105엔가량을 목표로 삼고 있는 헤지펀드들의 엔화 공매도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본 국내 투자가들이 움직인다면 달러당 110엔 돌파도 예상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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