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총리
일본 자민당 정부의 2인자로 야스쿠니 신사를 21일 참배해 한국 등 주변국과의 갈등을 키운 아소 다로 부총리는 23일 “외국에서 반응이 나오고 있지만 외교에 별로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의 반발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해 버린 것이다. 자신은 해마다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왔으며, 새삼스런 일이 아니라고 그는 강변했다. “한국, 중국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참배하지 않겠다는 생각은 없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12월 총선에서 우익의 우세가 뚜렷해진 상황에 자신감을 갖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본 안에서도 한국·중국 등 주변국과의 외교마찰이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아사히신문>은 23일 ‘야스쿠니 문제, 왜 불씨를 만드는가’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이웃 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한 때 아베 정권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야스쿠니 참배는 역사인식에 관한 문제이며, 양국(한국과 중국)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사설에서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 한국과의 협력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국 일본의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 무신경한 행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지극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가이에다 반리 대표는 22일 한국이 항의표시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일본 방문을 미루기로 한 것과 관련해, “야스쿠니 참배가 이미 외교에 영향을 미쳤다. 정권 핵심에 있는 사람은 대국적 입장에서 행동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계를 대표하는 경단련(게이단렌)의 요네쿠라 히로마사 회장도 “한국, 중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더이상 관계가 나빠지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배려해야 한다”는 말로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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