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회복세 허약해
일 통화완화에도 등락 거듭
일 통화완화에도 등락 거듭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베노믹스’ 실행을 위해 임명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내세워 ‘예상을 뛰어넘는’ 통화 완화를 단행한 지 4일로 한 달을 넘겼다. 그러나 정책 발표 초기 곧 달러당 100엔을 넘어설 것처럼 급상승하던 엔-달러 환율은 ‘100엔 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옆걸음질을 하고 있다. 일본 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의 조처는 이제 충분히 시장에 반영됐고, 앞으로는 미국 경제가 엔-달러 환율 100엔 돌파를 좌우하리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전날(4월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93.7엔대이던 엔-달러 환율은 정책 발표와 함께 급상승해 4월11일에는 뉴욕 시장에서 장중 한때 99.96엔까지 상승(엔화 가치는 하락)했다. 그러나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00엔 벽을 넘지 못하고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채권시장의 큰손인 생명보험회사들이 외국 채권을 사려고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살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갔다고 전했다. 생보사들의 외국 채권 매매는 3월 셋째 주부터 6주 연속 매도액이 매수액보다 많다. 적극적인 위험자산 투자를 꺼리고 있고, 이를 결단하기에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고 이 신문은 풀이했다.
외환 수급 사정도 엔화 약세에 걸림돌이다. 일본은 올해 들어 에너지 수입 증가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소득수지는 큰 폭의 흑자여서, 오는 10일 발표할 3월 경상수지도 흑자일 것이라는 데 별 이견이 없다. 2월의 경우 무역수지는 6777억엔 적자였으나, 경상수지는 6374억엔 흑자였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의 벽을 넘지 못하는 동안, 환율을 좌우한 것은 미국의 경기 상황이었다. 4월15일 미국 주택시장 지수가 예상을 깨고 전달보다 나쁜 것으로 나타나자, 달러는 급락하고 엔화가 급반등했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전날 98.37엔에서 달러당 95엔대까지 급반등했다가 96.77엔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금요일(5월3일)에는 다시 엔화 가치가 99엔대까지 떨어졌다. 미국의 4월 신규 일자리가 예상(14만5000개)보다 많은 16만5000개로 집계돼 다우지수가 1만5000에 육박하는 등 미국 자산 사들이기가 이어진 까닭이다. 일본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미국 경제가 호전돼 연방준비제도가 양적 완화를 중단하게 되면, ‘달러 강세-엔화 약세’ 흐름이 한 단계 더 진척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편, 일본 금융시장에선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이후 주가도 오르고 엔화 약세로 기업 실적도 호전되고 있으나, 장기금리는 상승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관심을 끌고 있다. 한때 사상 최저치인 연 0.3%대로 급락했던 10년만기 국채 금리는 최근 연 0.5~0.6%로 되올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한길 대표 당선 뒤엔 ‘내조의 여왕’ 최명길이…
■ 게임에 미쳐 그렇게 살래
■ 에이즈 공포, 어느 노부부의 비극적 외출
■ 처자식에 못할 짓 해놓고 그녀와 행복했는가
■ 명성황후 무덤에 전화기 설치한 까닭
■ 김한길 대표 당선 뒤엔 ‘내조의 여왕’ 최명길이…
■ 게임에 미쳐 그렇게 살래
■ 에이즈 공포, 어느 노부부의 비극적 외출
■ 처자식에 못할 짓 해놓고 그녀와 행복했는가
■ 명성황후 무덤에 전화기 설치한 까닭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