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련 건물 인수포기 사찰 일본 정부 방해의혹 제기

이케구치 에칸 대승정

인수뒤 총련과 재임대 협의 예정
금융기관, 자금조달 방해 가능성
총련 없애려는 일 정부 의도 의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본부 건물과 토지를 법원 경매에서 낙찰받은 일본 가고시마현의 사이후쿠사 쪽이 10일 인수 포기를 선언했다. 사이후쿠사는 인수대금을 마련하려고 융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방해가 계속됐다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일본 정부의 방해가 사실이라면, 주일본 북한 대사관 구실을 해온 총련의 상징적 공간을 없애고, 북한과의 관계를 지금보다 더 단절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사이후쿠사의 이케구치 에칸(사진) 대승정은 10일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에 있는 사이후쿠사 별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낙찰받은 총련 본부 건물과 토지의 취득을 단념한다”고 밝혔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애물을 만나, 뜻과 달리 인수를 실행할 수 없게 돼 장이 끊어지는 아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이후쿠사는 3월26일 경매에서 45억1900만엔을 써내 총련본부 건물과 토지를 낙찰받았다. 그러나 대금 납부일인 10일까지 돈을 내지 못해 5억3400만엔의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이케구치 대승정의 비서로 자금 조달 실무를 맡았던 아즈마 가쓰야는 “총련본부 건물 및 토지 외에 가나가와현의 별원을 담보로 제공해 융자받으려던 50억엔에 대한 담보는 충분히 제공했으나, 돈을 빌려주려던 금융회사에 대해 금융감독기관이 대출을 승인하지 않아 금융회사 4곳과의 융자협상이 결렬됐다”고 말했다. “8일에는 대안으로 한 기업으로부터 돈을 빌리기로 최종 계약까지 맺었으나, 9일 이 기업의 송금이 금융기관에서 이유없이 막혀버렸다”는 상황도 밝혔다.

이케구치 대승정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 정부의 고위 관계자로부터 ‘대사관 구실을 하는 총련 건물을 경매하는 것은 북한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한다’는 말을 직접 들었다”며, “이 경매가 양국관계를 벼랑끝으로 내몰고 여러 현안의 해결을 암초 위에 올려놓을 뿐 아니라 전쟁상태에 빠뜨리면 큰일이라는 생각에서 불자로서 입찰에 뛰어들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일본의 평화, 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사이후쿠사가 인수를 포기함에 따라 일본 법원은 재입찰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총련이 본부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데 대해 일본 정부가 부정적인 것으로 확인된 만큼, 제3자가 이를 인수하면 총련은 건물을 비워줘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가와사키(가나 가와현)/

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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