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일본 특사 방북’ 에 이견 드러내

정부 “대북공조 도움 안돼” 비판
미 6자대표 “일본쪽 입장 지지”
북, 식민지 피해 사죄·배상 지적
‘납북자’ 협의 재개 걸림돌 예고

일본의 대북한 접근을 놓고 한-미-일 3국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이 정면충돌하는 가운데 미국은 한국에 동조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16일 이지마 이사오 일본 특명담당 내각관방 참여의 북한 방문에 대한 한국 쪽의 비판과 거리를 두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북아시아를 순방중인 데이비스 대표는 이날 한국 정부가 이지마 참여의 방북이 대북 공조 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한 데 대해 “나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도쿄에서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며칠 후면 (이지마씨 방북의) 결과를 알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일본 정부로부터 그 일에 대해 좀더 상세히 듣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번 방북의 주요 의제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미국 정부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일본을 굳건히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외무성은 회담 뒤 두 사람이 ‘북한과 대화할 문은 열려 있지만 그것은 비핵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데이비스 대표는 이지마 참여의 방북에 대해 “(사전에) 듣지 못했다”며 “이 답변 자체가 사전에 어느 정도의 조율이 있었는지를 말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독자적 행위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앞서 이날 한국 외무부는 “한·미·일은 물론 국제사회가 긴밀한 대북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부는 생각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지마 참여의 방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이날 공개 입장 표명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정례회견에서 “솔직히 말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며 “(대북 공조를 해친다는 비판은) 맞지 않다”고 정면으로 맞대응했다.

사실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것으로 보이는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는 15일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 담당 비서를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방북 이튿날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을 보면, 북한 쪽도 적극적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15일 개인 명의의 글에서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 우리 인민이 당한 정신적, 인적, 물적 피해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비길 수 없는 최대최악의 것이었다”며, 일본은 “국가적 범죄에 대해 사죄하고 보상을 해야 했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납치문제를 둘러싼 협의를 본격 재개하기에 앞서 그에 걸맞은 대가나 담보를 일본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대북 강경 노선을 주도하면서 정치적으로 성장해, 두번이나 총리 자리에 오른 아베 총리로서는 부담이 큰 부분이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정의길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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