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긴장 완화에 도움” 긍정적
미 “비핵화 위한 대화를” 견제
대북정책 재조정 국면 올수도
미 “비핵화 위한 대화를” 견제
대북정책 재조정 국면 올수도
일본의 전격적인 대북 접촉이 한반도 주변국의 강경 일변도 대북 공조 체제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정부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본을 비판했지만, 미국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 접촉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방북 결과를 들어보겠다는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다. 중국은 긴장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반기고 있다. 북-일 접촉의 결과에 따라서는 주변국들이 대북 정책을 재조정해야 하는 국면이 전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실상 특사로 여겨지는 이지마 이사오 내각관방 참여를 북한은 환대하고 있다. 이지마의 방북 이튿날인 15일 김영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그를 면담했고, 16일엔 북한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나왔다. 이지마가 방북할 때까지만 해도 북한은 송일호 조-일 국교정상화 교섭 담당 대사와 면담 일정만 잡아준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영남 위원장이 이지마에게 “매우 중요한 사명을 갖고 평양을 재방문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으로서는 한·미·일의 대북 공조에 균열을 낼 기회라는 판단도 있겠지만, 일본이 들고 온 카드를 기대할 만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한 핵문제 해결 등을 강조해온 중국은 북-일 접촉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훙레이 외교부 대변인은 16일 정례브리핑에서 “이런 접촉이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한)반도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안정 수호,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 대화를 통한 관련 문제의 해결을 위해 시종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코멘트’로 일관하며 정보공개를 극도로 꺼리고 있는 일본 정부는 방북 성과에 기대를 내비치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납치 문제는 아베 총리 자신이 직접 해결하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 여러 가지로 대응하고 있다”고 17일 말했다. 그는 한국 외교부가 전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일본의 대북 접촉을 공개 비판한 데 대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풀려는 것이므로, 한국이 간섭할 바가 아니라는 태도다.
북한과 일본이 어느 선까지 나갈지는 이지마가 귀국해 보따리를 풀어봐야 가늠해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회담 결과를 파악한 뒤 한국과 미국에 알리겠다고만 밝혔다. 아베 총리는 15일 참의원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와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며 “(납치 문제는) 일본의 문제다. 일본이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하고 싶다”고 강한 의욕을 내비친 바 있다.
16일 일본을 방문한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6자회담 일본 수석대표인 스기야마 신스케 외무성 동아시아국장을 만나 “북한과 대화 창구는 열려 있으나, 어디까지나 비핵화를 위한 대화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향후 행보를 제어하려는 뜻이 담긴 발언이다.
그러나 일본이 납치 문제를 해결하려고 북한과 접촉을 한층 강화하려면 지금까지의 대북 강경노선은 크든 작든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일본이 북한에 제시하는 카드가 과연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을 것이냐가 관심거리다. 아베 총리의 강한 의지를 보면, 전격적인 정상회담 합의 등으로 기정사실화한 뒤, 미국을 설득해가는 방식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조선중앙통신>은 이지마가 17일 3박4일간의 평양 체류 일정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떠났다고 보도했다.
도쿄 베이징/정남구 성연철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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