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
1995년 종전 50주년을 맞아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해 주변의 피해를 입은 나라들에 사과한 이른바 ‘무라야마 담화’의 당사자인 무라야마 도미이치(사진) 전 총리가 아베 신조 총리의 ‘침략’과 관련한 발언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일치 <니혼게이자이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무력으로 적국에 들어가면 그게 침략 아니냐”며 아베 총리의 이른바 ‘침략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의돼 있지 않다’고 한 발언을 비판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달 22일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이튿날 “침략의 정의는 정해져 있지 않다”고 발언했다. 이로 인해 한국·중국뿐 아니라 미국에서까지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결국 지난 15일 “일본이 침략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면서 ‘무라야마 담화’를 전체로 계승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2015년 종전 70년을 맞아 새로운 역사인식을 담은 ‘아베 담화’를 발표하겠다는 뜻은 굽히지 않았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흔들리고 있다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질문에 “아베 총리의 발언 의도를 잘 모르겠다. 1차 아베 내각 때는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고 말했다. 그 말이 위장은 아닐 것이다”라며 “국제정세가 변했으니 새로운 견해를 밝히겠다면 의미는 있지만,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려는 것이라면 중국·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전체로부터, 그리고 미국으로부터도 비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가 당시 총리였던 자신의 견해가 아니고, 내각에서 정한 일본 정부의 방침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각료회의 의결을 거쳤다고 덧붙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별도 기사에서 “아베 총리는 (침략하지 않았다고 한 적은 없다는) 이중 부정의 말 돌리기를 하면서 ‘일본이 침략했다’고 밝히는 걸 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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