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문제, 중국 센카쿠 갈등
취임 6개월여 동안 13개국을 방문하는 등 적극적인 정상외교를 펼쳐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작 주변의 주요 외교 상대국인 한국과 중국한테는 정상회담을 거부당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야당 총재 시절, 한국·중국과 갈등을 빚은 민주당 정부를 향해 ‘외교 패배’라고 비판했지만, 자신은 더욱 곤란한 처지로 빠져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취임 뒤 가장 먼저 중국 포위 외교에 나섰다. 인도네시아·베트남·타이를 방문했고, 미국과 러시아·몽골도 방문했다. 또 원전 수출을 위해 폴란드·터키·아랍에미리트 등도 방문했다. 그 사이 중국과 관계 개선은 더욱 멀어지고,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갈등만 깊어가고 있다. 6월30일 브루나이에서 열린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과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과 일본의 외교장관은 서로 악수조차 나누지 않았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정부가 지난달 정상회담 개최 조건으로 일본에 센카쿠열도를 둘러싸고 양국 간 영토 분쟁이 있음을 인정하고, 해결을 보류하자는 뜻을 일본에 전했으나 일본이 ‘정상회담에 조건을 붙여선 안 된다’며 이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의 이런 제안을 ‘국제사회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데 따른 초조감의 발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센카쿠 갈등의 장기화는 일본으로서도 적잖은 타격이다. 중국은 1일에도 해양감시선 4척을 일본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는 센카쿠열도 해역에 진입시키는 등 지난해 9월 일본이 센카쿠열도를 국유화한 이유 모두 50차례에 걸쳐 이 해역에 정부 선박을 진입시켜 일본의 실효 지배에 흠집을 냈다.
한국과는 1일 아세안지역포럼(ARF)이 열리는 브루나이에서 9개월 만에 외교장관 회담을 열었지만,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는다.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은 회담에서 “역사문제는 존중하며 조심스럽게 다루지 않으면 한 개인, 또는 한 민족의 영혼을 다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아베 총리의 침략 부인 발언 등을 겨냥한 말이다. <아사히신문>은 “(양국 외무장관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지만, 정상회담 일정을 조율하지 않는 등 관계 개선에 뚜렷한 진전은 없었다”고 2일 평가했다.
일본은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이 아쉽지 않느냐’는 태도다. 일본 외무성의 한 간부는 “한반도 유사시 미국과 일본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한국이 잊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신문은 아론 프리드버그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가 6월26일 도쿄에서 연 강연에서 “일본이 역사 인식 문제로 같은 가치관을 가진 한국과 관계를 악화시키면 대미관계에도 악영향이 있다. 득을 얻는 것은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기를 바라는 중국뿐이다”라고 말했다며, 아베 총리의 외교에 우려를 나타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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