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 감시 우물서 고농도 세슘 검출
원자로 내 오염수와 성분 일치
원자력규제위 “원전서 새나오는 듯”
‘밀폐막 손상…오염 가속’ 우려
원자로 내 오염수와 성분 일치
원자력규제위 “원전서 새나오는 듯”
‘밀폐막 손상…오염 가속’ 우려
2011년 3월 방사능 대량 유출사고를 일으킨 뒤 아직까지도 사고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이 땅 속으로 스며들어 바다로 흘러들고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포착됐다. 오염수 유출이 사실이라면 단기간에 해결책을 강구하기 쉽지 않아, 해양 방사능 오염이 가속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11일 일본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후쿠시마 제1원전을 운영하는 도쿄전력이 방사능 오염 감시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터의 바닷가에서 30m 안쪽 지점에 파놓은 여러 개의 우물 물에서 5월 하순 이후 방사능 오염이 확인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한 우물에서 고농도의 세슘이 검출되고 있다. 이 원전 2호기의 바닷물 취수구 근처에 파놓은 우물에서는 8일 검사에서 1㎏당 2만7000베크렐에 이르는 세슘이 검출됐고, 9일에는 세슘 농도가 3만3000베크렐로 올라갔다.
도쿄전력은 “2011년 4월 오염수 유출 때 새어나온 오염수가 땅 속에 일부 잔류해 있었던 것 같다”며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적어, 아직 정확한 오염원을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자로 건물 및 지하터널 등에 고여있는 고농도의 오염수가 지하수와 섞인 채 바다로 유출되고 있다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고 10일 지적했다. 우물물의 세슘 농도는 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건물 지하에 고여 있는 오염수(1㎏당 최고 8000만베크렐)보다는 낮지만, 세슘134와 세슘137의 비율이 1대2로 원자로 안 오염수의 비율과 같다는 게 그 근거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2011년 4월 2호기의 바다쪽 전력 케이블 시설의 균열 지점을 통해 500여t의 고농도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든 바 있다. 당시엔 균열 지점을 막아 추가 유출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감시용 우물물에서 고농도 오염이 확인된 것은 오염수가 고여 있는 원자로 건물이나 지하터널의 차단·밀폐기능이 손상됐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것이다. 건물 등에 고인 오염수는 날마다 늘어나기 때문에 없앨 수가 없고, 새어 나오는 곳을 찾아 막기도 어렵다는 점에서, 오염수 유출이 앞으로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원자력규제위는 오염원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할 작업반을 신속히 구성하기로 했다. 후케타 도요시 원자력 규제위 위원은 10일 저녁 열린 기자회견에서 “위험이 얼마나 긴박한 상태인지, 빨리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파손된 원자로 건물로 지하수가 스며들어 녹아내린 핵연료와 접촉해 하루 400t의 고농도 오염수가 발생한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를 정화해 탱크 등에 퍼담고 있지만, 건물 지하 등에 고인 오염수의 양를 줄이지는 못하고 있다. 고이데 히로아키 교토대 원자로실험실 조교 등 전문가들은 2011년부터 지하수를 통한 방사능 오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고가 난 원자로 건물 주위를 땅속 암반지대까지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이를 일축해왔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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