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부총리 거듭 망언 “개헌, 나치 수법 배우자”

도쿄에서 한 강연에서
‘독일 바이마르 헌법’ 아래
나치정권 탄생 언급
“아무도 모르는 사이 헌법 바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헌법을 바꾼 독일 나치의 수법을 배우자’고 발언해, 망언 대열에 다시 합류했다.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특별한 날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참배하면 된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30일 <요미우리신문> 인터넷판 보도를 보면, 아소 부총리는 29일 도쿄에서 한 강연에서 2차 세계대전 이전, 가장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독일 바이마르 헌법 아래서 히틀러가 이끄는 나치 정권이 탄생한 것을 언급하면서,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모르는 사이 바뀌어갔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바뀌었다. 그 수법을 배우면 어떨까?”라고 말했다.

그는 “호헌을 외치면 평화가 온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개헌의 목적은 국가의 안정과 안녕이며, 개헌은 단순한 수단“이라고 강조하고, “국민이 소란떨지 않고 (개헌에) 납득해 변해가고 있다. 소란스런 가운데 (개헌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소 부총리의 이 발언은 일본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능적으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국민이 잘 모르게 개헌을 끌고나가야 한다고 한 대목이나 나치 정권을 거론한 대목은 논란의 소지가 크다. 현대 민주주의 헌법의 효시라고 불리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은 나치의 수괴인 아돌프 히틀러가 1933년 총리가 된 뒤 정부가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수권법’에 의해 무력화된 바 있다. 칼럼니스트 오가사와라 세이지는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쓴 칼럼에서 “일본은 민주주의 국가이고, 국민이 주권자다. 그 주권자가 ‘모르는 사이에’라고 하다니, 아소 부총리는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싶은가”라고 비판했다.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 정부는 헌법 9조를 고쳐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명시하겠다고 공약했고, 헌법 해석을 고쳐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정부가 선언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아소 부총리는 아베 신조 총리 및 각료들이 한국의 광복절이자 일본 패전일인 8·15 때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할지 여부에 대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에게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조용히 참배하면 된다. 특별히 전쟁에 진 날에만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야스쿠니신사 춘계 제사때 직접 참배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한국 정부가 당시 예정돼 있던 윤병세 외교장관의 일본 방문 일정을 취소하면서 한일관계는 급격히 냉각됐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