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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도쿄 신주쿠거리 “8월14일을 유엔기념일로”

등록 2013-08-14 21:50

<b>도쿄에서</b> 14일 오후 도쿄 신주쿠 거리에서 일본 시민 150여명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위안부 역사의 교과서 기술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도쿄에서 14일 오후 도쿄 신주쿠 거리에서 일본 시민 150여명이 일본 정부의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배상, 위안부 역사의 교과서 기술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22년전 세상에 위안부 알린 날”
피해자 이름 적힌 하얀 등 들고
평화 바라는 마음 담아 거리행진

우익단체,쫓아다니며 맞불시위
‘위안부는 매춘부’ 펼침막 들고
“조선으로 돌아가라” 야유 보내

14일 오후 6시 일본 도쿄 신주쿠 가시와기공원. 제1회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를 위해 모여든 시민들의 등에 커다란 나비가 한마리씩 매달려 있었다. 몇몇은 가슴에 커다란 나비 그림을 걸고 있었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젊은 세대를 위해 써달라고 돈을 모아 만든 기금 ‘나비’를 상징하는 거예요. 위안부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참가자들은 손에 손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름을 적은 하얀 등을 들고 있었다. 행사 실행위원회 관계자가 나섰다.

“오늘은 22년 전 한국의 고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위안부로 강제동원된 피해자였음을 세상에 알린 날입니다. 할머니의 고백을 계기로 아시아 각국의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일어날 수 있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싸워왔습니다. 전쟁을 없애는, 평화를 바라는 그들의 바람을 담아 거리행진을 시작합시다.”

“우리가 위안부 문제를 거론하면 일본에서는 한국, 중국에 외교적으로 이용당한다고들 하는데, 이것은 인권 문제입니다. 세계인이 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날 일본에서는 도쿄뿐 아니라, 나고야와 오사카, 교토, 기타큐슈, 야마구치 등 모두 6곳에서 위안부 기림일 행사가 열렸다. 거리행진에 들어가기 전 주최 쪽은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미 우익단체 회원들이 공원에서 가까운 네거리에 진을 치고 시위를 벌이고 있던 까닭이다. 거리에서 충돌할 위험도 있었다. 변호사는 “우리 주장의 정당성을 보여주기 위해 평화적으로 하자”고 당부했다.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유엔기념일로”라고 쓴 펼침막을 앞세우고 거리행진이 시작됐다. 시위대가 큰 거리로 나가자마자 우익단체의 맞불시위와 마주쳤다. 그들은 ‘위안부는 매춘부’라고 쓴 펼침막을 내걸고 확성기로 “위안부 기림일은 더 많은 배상을 받아내려는 수작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입을 모아 외쳤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 교과서에 기재하라. 일본 정부는 사실을 인정하라.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배상하라. 일본 정부는 피해자에게 사죄하라. 역사의 날조를 허용하지 마라.”

우익단체 회원들은 인도에서 무리를 지어 시위대를 쫓아다니며 “조선으로 돌아가라”라고 야유를 보냈다. 확성기로 소음을 내고, 자극적인 내용을 담은 팻말을 내보이고, 손가락질을 했다. 한 우익단체 회원은 태극기를 그린 종이를 파리채로 두들기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주눅들지 않았다. 주최 쪽의 한 관계자는 보다못해 우익단체 회원들을 꾸짖었다.

“일본 정부는 지금도 1000만엔의 배상금을 예산에 계상해두고 있다. 역사를 똑바로 알아라. 항의하려거든 일본 정부에 가서 하라.”

한 시간가량 거리행진이 이어지는 동안 우익단체 회원들은 쉼없이 이들을 쫓았다. 시위대의 입에서는 새 구호가 흘러나왔다.

“하시모토는 망언을 철회하라. 헌법 개악을 반대한다. 전쟁에 반대한다. 국방군을 만들지 말라.”

이날 시위에 참가한 한 60대 남자는 “위안부 강제동원 문제를 아직까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가장 부끄러운 부분이라, 한 사람이라도 더 목소리를 보태려고 왔다”며 “그런데 우익들의 움직임이 점점 거칠어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도쿄/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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