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평화운동의 원로 아라사키 모리테루(77) 전 오키나와대 총장 겸 명예교수
아라사키 전 오키나와대 총장
“군국주의 내세우며 과거사 외면”
“군국주의 내세우며 과거사 외면”
“2006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차 집권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오키나와에서 주민들이 희생된 집단자결 문제 등이 있었습니다. 문부과학성이 ‘오키나와 주민 집단자결 강요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식의 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이에 반발해 오키나와에서는 2차대전 전후 최대 규모(2007년 11월 말 11만명 참가)의 시위를 벌이는 등 강력 대처했습니다.”
제주4·3연구소가 지난 18~19일 연 ‘동아시아의 평화로운 공존과 연대를 위하여’ 심포지엄에 참석한 일본 오키나와 평화운동의 원로 아라사키 모리테루(77·사진) 전 오키나와대 총장 겸 명예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차대전 막바지인 1945년 4월1일~6월23일 오키나와 전투에서 미군에 패해 집단자살한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도 집단자결을 강요해 오키나와 민간인 약 9만4000명, 오키나와 출신 징집병 약 3만명이 숨졌다.
아라사키 전 총장은 “일본 정부는 자신들이 한 발언을 철회하지 않는 게 특징이지만, 오키나와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하자 ‘그럴 수도 있다’며 한발짝 뒤로 물러서 묵인하는 태도로 바꿨다. 그러나 묵인한다는 것은 왜곡하고 있다는 뜻이어서 여전히 오키나와에서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해 2차 집권한 아베 정권은 ‘아름다운 일본 건설’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웠다. 내용은 군사력 강화를 통한 군국주의를 내세우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과거 일본이 저지른 일본군 위안부나 오키나와 집단자결 문제 등은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숨기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오키나와에서는 조례를 통해 전투가 끝난 6월23일을 위령의 날로 정하고, 그 무렵 일주일을 집중 평화교육 주간으로 편성한다. 오키나와 전투를 일본 전체적으론 사소한 문제로 다루고 있어 지방정부가 제도를 마련하고 평화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키나와에서 주일 미군기지 문제에 관여하는 주민들은 강정마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 정도로 제주해군기지 문제가 오키나와에는 많이 알려져 있다.”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둘러본 그는 “오키나와는 미군기지이고, 강정은 한국 해군기지라는 차이가 있지만 미국의 동아시아 지배라는 의미는 같다. 미국 처지에서는 기지일 뿐 한국과 일본의 경계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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