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보호법 등 일사천리 밀어붙여
집단자위권·헌법개정 이어질 우려
1차 내각 때도 정치법 강행 처리
NSC법 참의원 통과·내달 4일 발족
언론·야당 “거대 여당의 폭주” 비판
집단자위권·헌법개정 이어질 우려
1차 내각 때도 정치법 강행 처리
NSC법 참의원 통과·내달 4일 발족
언론·야당 “거대 여당의 폭주” 비판
“의석수의 자만에 빠진 권력의 폭주라고밖에 할 수 없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자민당 정권이 26일 여론의 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중의원에서 특정비밀보호법안을 강행처리하자 27일 아침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이렇게 비판했다. <도쿄신문>은 ‘폭거’라는 표현을 썼고, 보수적인 <니혼게이자이신문>조차 ‘졸속의 느낌이 있다’고 짚었다. 특정비밀보호법안은 정부가 비밀로 지정한 정보를 누설하면 최고 징역 10년형에 처하는 내용이 뼈대다.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거셌다. 가이에다 반리 민주당 대표는 “거대 여당의 폭주가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사다 지로 일본 펜클럽 회장은 법안 강행처리를 “미래에 대한 반역”이라고 비판했다. 야당과 언론은 아베 총리가 의원 수로 법안을 밀어붙이던 1차 내각 때의 정치 수법을 재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아베 총리는 지난 7월의 참의원 선거 때나 지난달의 임시국회 개원연설 등 주요한 계기가 있었음에도, 큰 논란을 부를 특정비밀보호법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해 중·참 양의원에서 안정 의석을 확보하자, 보수성이 매우 짙은 다함께당을 끌어들여 법안 처리를 빠른 속도로 밀어붙였다. 자민당의 무라카미 세이이치로 의원이 강행처리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하고, 자민당과 법안 수정에 합의한 다함께당에서도 3명의 의원이 반대하거나 기권했지만 법안 처리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특정비밀보호법에 가려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아베 정부는 2014~2017년에 걸쳐 70~74살 노인의 외래진료비 부담을 현재의 10%에서 20%로 올리는 법안도 26일 강행처리했다.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노보더>는 법안 강행처리는 ‘아베 자민당의 전매특허라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1차 내각(2006년 9월~2007년 9월) 때도 △국민투표법 △주일미군재편특별조처법 △이라크특별법 제정과 교육기본법 및 소년법 개정을 밀어붙였다.
이런 아베 총리의 정치적 성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파란 많은 법률 제정·개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베 총리가 특정비밀보호법을 밀어붙인 것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설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용인 △군대 보유 합법화를 위한 헌법 개정 등과 함께 보수 원류의 정치적 숙원의 한 부분을 이루기 때문이다. 이들의 숙원은 군대를 보유하고 교전권을 갖는 ‘강한 일본’의 부활이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공명 연립여당이 자민당 출신인 와타나베 요시미 대표가 이끄는 다함께당을 끌어들임으로써 ‘여야 합의’의 모양새를 연출한 것은 정권의 숙원인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과 헌법 개정을 향한 포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가 주도하는 외교·안보 정책의 사령탑 구실을 할 국가안전보장회의 설치법은 지난 7일 중의원을 통과한 뒤, 27일 참의원도 통과했다. <교도통신>은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새달 4일 발족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시민사회는 특정비밀보호법 제정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으나, 의석수를 앞세운 아베 총리의 폭주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선거를 치러야 할 부담이 없는 아베 총리 정부는 여론의 반대를 철저히 외면했다. 지난해 12월 4년 임기의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아베 총리는 참의원 의석의 절반을 바꾸는 2015년 7월의 참의원 선거 때까지는 두려울 것이 없는 상황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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