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1개 기업 중 4189곳 노동법 위반
음식점·운수업체 위반율 가장 높아
초과근로 44%·임금 미지급 24%
“경쟁 심화로 인건비 깎기에 눈돌려”
후생성, 시정 않으면 검찰수사 의뢰
음식점·운수업체 위반율 가장 높아
초과근로 44%·임금 미지급 24%
“경쟁 심화로 인건비 깎기에 눈돌려”
후생성, 시정 않으면 검찰수사 의뢰
일본 정부가 ‘젊은이들을 쓰고 버리는 블랙기업’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블랙기업’이란 고용 사정이 나빠 쉽게 회사를 떠날 수 없는 젊은이들을 주로 희생양으로 삼아 장시간 초과노동을 강요하면서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줄이는 기업들을 일컫는 용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런 사업체를 대거 적발해 시정을 권고하고, 고치지 않을 경우 이름을 공표하고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후생성은 17일 5111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9월에 실시한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 위반 감독 결과를 발표했는데, 전체의 82%인 4189개 사업체에서 법령 위반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 등 접객오락업체의 87.9%에서, 택시 등 운수교통업체 85.5%에서 위반 사례가 적발됐다. 조사대상 가운데 121곳은 젊은 사원의 이직률이 높아 블랙기업이라는 의심이 드는 기업이고, 나머지는 노동사무소에 법 위반과 관련한 노동자들의 상담이 접수된 곳을 중심으로 골랐다. 후생성이 블랙기업에 대해 조사를 벌인 것은 처음이다.
법 위반 행태는 노사간 합의한 한도를 초과해 초과근로를 시킨 업체가 43.8%인 2241곳으로 가장 많았다. 초과근로가 최대 월 80시간을 넘긴 업체가 1230곳(24.1%)이었고, 100시간을 넘긴 업체도 730곳(14.3%)이나 됐다고 후생성은 밝혔다. 장시간 노동으로 노동자가 정신장애를 일으켜 산업재해 신청을 한 사업체에서 여전히 노동자들에게 월 80시간이 넘는 초과근로를 시키고 있는 사례도 적발됐다. 과도한 노동에 따른 건강장해 예방조처를 실시하지 않은 업체도 71곳(1.4%)이 적발됐다.
잔업을 시키고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곳도 23.9%인 1221곳에 이르렀다. 후생성은 “한 사업체의 경우 70%의 직원에게 관리자 직위(계장 이상)를 부여해 초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한 회사는 영업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기본급을 깎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근로시간을 제대로 계산하지 않거나, 초과근로 수당 산정을 제대로 하지 않은 회사도 많았다고 후생성은 덧붙였다.
후생성은 감독결과에 따른 시정 권고를 따르지 않는 기업에 대해서는 이름을 공표하고, 조사내용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다무라 요시히사 후생상은 기자회견에서 “젊은이들을 쓰고 버린다는 의혹이 있는 기업이 실제로 법을 위반한 경우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업간 경쟁이 격화되자 기업들이 쉽게 손댈 수 있는 인건비에 눈을 돌리면서 불법적인 급여삭감이 횡행하고 있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과로사와 과로로 인한 자살 인정 건수가 이런 현실을 뒷받침한다. 특히 직장 경험이 짧은 젊은이들이 쓰고 버려진다”고 지적했다.
일본에서는 2008년 구로이 유토(’블랙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을 돕는 사람’이라는 뜻)라는 필명의 저자가 <블랙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나는 이제 한계일지도 몰라>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사 신조사에서 출간한 것을 계기로 블랙기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본 시민단체들은 2012년부터 ‘블랙기업 대상 실행위원회’를 만들고 투표를 거쳐, 주요 블랙기업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올해엔 일본식 선술집(이자카야) 체인점 와타미를 운영하는 와타미 푸드서비스주식회사에 ‘대상’을 주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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