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일본 나라현에 사는 79살의 한 여성은 지난해 11월 자동응답 전화기에 녹음된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협박 전화를 걸어온 이는 4년 전 알게 된 85살 남성이었다. 이 남성은 4년 전 여성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 같은 병실을 쓴 다른 여성의 남편이었다. 스토킹이 시작된 것은 2년 전으로, 남성은 가끔 여성의 집에 들이닥치기도 했다. 참다못한 여성은 지난해 10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남성에게 경고했지만, 남성은 이를 무시하고 계속 협박전화를 걸다가 결국 올해 1월 체포됐다.
노령화가 심해진 일본에서 60살 이상 노인들의 스토킹 범죄가 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이 7일 보도했다. 지난해 노인 스토킹 범죄는 1919건으로 10년 전에 견줘 4배 늘었다. 일본 경시청 집계를 보면, 지난해 스토킹 범죄 인지 건수 2만1089건 가운데 가해자는 30대가 25.5%로 가장 많았고 60살 이상은 9.1%였다. 하지만 10년 전에 비해 30대 가해자는 2배로 늘어난 데 견줘, 60대 이상은 473건에서 1919건으로 4배나 넘게 늘었다. 피해자는 20대에서 70대까지 폭넓게 분포해 있다.
<산케이신문>은 노인 스토킹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이라고 전했다. 스토킹 피해자 지원 비영리단체인 휴머니티의 고바야카와 아키코 이사장은 “노인 스토킹 가해자들은 심한 경쟁사회에서 일에만 매달려 살아온 세대인데, 퇴직 후에는 삶이 급변한다”며 “남성은 여성에 비해 지역 공동체에도 잘 녹아들지 못해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여성에게 과도한 기대를 갖고 스토커가 되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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