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자 조사특위 합의 후속조처
인적왕래·송금 제한 풀려
미 “일 이해…투명한 방식 해결”
인적왕래·송금 제한 풀려
미 “일 이해…투명한 방식 해결”
일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취해 온 독자적인 경제제재 조처의 일부를 8년 만에 정식으로 해제했다. 미국은 납치 문제 해결을 바라는 일본을 이해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시 한번 대북 정책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일 오전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북한에 대한 일본의 독자적인 경제제재 가운데 △인적왕래 규제 △송금·휴대 금액 제한 △인도주의적 목적의 선박 입항 금지 등의 세가지 제재조처를 해제하기로 정식 결정했다. 앞서 3일 일본 정부는 북한이 지난 1일 베이징에서 열린 북-일 국장급 회담에서 제시한 납치자 문제 등 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에 대해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간부가 위원장에 내정돼 실효성이 있는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제재조처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일 간 수출입과 경제교류의 상징인 만경봉92호의 입항 금지 조처는 그대로 유지했다. 이번 조처로 허종만 총련 의장은 8일 평양에서 열리는 김일성 주석 사망 20주년 행사에 참석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북한이나 총련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미국 정부는 주변국의 북한 비핵화 노력을 감안해 북-일 협상이 투명한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은 3일(현지시각) 언론 성명을 내어 “우리는 일본인 납북자 가족들을 동정하며 인도주의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본의 노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정부는 납북자 가족들의 이해와 비핵화 노력과 관련한 일본 및 주변국들의 안보 이해 두가지를 모두 감안해 투명한 방식으로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일본 정부에 직접적으로 촉구하는 형식을 피하면서도 북-일 대화가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 공조 체제를 흔들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를 우회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4일 “북한은 비핵화를 포함한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며 “6자 회담의 개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일본의 대북 접근에 대한 미국의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북핵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다시 한번 공개적으로 지지한 셈이다.
도쿄 워싱턴/길윤형 박현 특파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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