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글로브레인저 우회 매수
일 ‘무기수출 3원칙’ 폐지 뒤
무기산업 육성에 힘쏟아
일 ‘무기수출 3원칙’ 폐지 뒤
무기산업 육성에 힘쏟아
일본의 정보기술(IT) 관련 대기업인 후지쓰가 최근 미국 방위산업체를 사들인 것이 드러났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신문은 후지쓰가 이를 통해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됐다고 전했다. 후지쓰는 지난해 일본 방위성에서 약 400억엔 규모의 계약을 따낸 업체로, 일본 방산업체 중 6위 정도의 회사다.
후지쓰는 지난 5월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정보기술 기업인 글로브레인저를 인수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글로브레인저는 무선자동식별장치(RFID)를 이용한 자산 관리 시스템 등을 개발하는 회사로, 이 회사가 개발한 시스템으로 대당 수백만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가는 전투기 등의 정보를 일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글로브레인저는 지난해 3월 미 육군과 최대 3년간 3000만달러에 이르는 시스템 개발 계약을 맺었다.
후지쓰는 글로브레인저 인수로 미국과 영국 등에서 전투기 등 무기 공동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후지쓰 관계자는 “글로브레인저의 기술은 (무기) 공동개발에서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이라며, 이번 인수가 미국 등과의 무기 공동개발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뜻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후지쓰는 글로브레인저를 우회 인수해 일본 국내법 규제를 회피했다. 후지쓰는 1998년 인수한 영국 업체인 아이시엘(ICL·현재 후지쓰서비스)이 글로브레인저를 인수하는 형식을 취했다.
일본 국내법에는 일본 기업이 외국 방산업체를 사들일 경우 사전에 정부에 신청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일본 정부는 인수 계약이 “국제적 평화, 안전을 손상할 경우”에는 변경 또는 중지를 권고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 있는 자회사를 통해 외국 방산업체를 사들일 경우 규제할 방법은 없다. 후지쓰도 이번 우회 계약 이유에 대해 신문에 “(거래) 속도를 중시했다”며 “본사가 직접 인수하면 절차가 번잡해진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무기수출 3원칙 개정으로 일본 무기 산업의 해외 진출이 쉬워졌고 남아있는 규제도 해외 자회사를 통하면 가볍게 회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아베 정부는 지난 4월 ‘무기수출 3원칙’을 47년 만에 사실상 폐지해 무기수출 허용으로 방향을 틀고, 무기 산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무기산업은 약 1조6000억엔 규모로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기술은 세계적 수준이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개발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일본 해상 자위대의 신형 잠수함 ‘소류’, 인도는 구난비행정 US-2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같은 주요 방산업체를 포함한 13개 업체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육상무기 박람회인 ‘유로 사토리’에 처음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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