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관 우위’를 ‘문·무관 대등’으로
내달 ‘방위성 설치법’ 개정안 제출
부대운용도 자위관 주도로 하기로
내달 ‘방위성 설치법’ 개정안 제출
부대운용도 자위관 주도로 하기로
일본 방위성이 자위대 운용에서 문관이 자위관(무관)보다 우위에 있다는 뜻인 ‘문관 통제’ 규정을 폐지할 계획이라고 <교도통신>이 21일 전했다. 일본 정부가 태평양전쟁의 교훈을 잊고 군부의 폭주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 방위성은 방위상이 자위대의 수장인 육·해·공 막료장들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감독할 때 ‘(문관인 방위성의) 관방장이나 국장이 대신(방위상)을 보좌한다’는 내용의 방위성설치법 12조를, ‘관방장이나 국장은 각 막료장들과 대등한 입장에서 대신(방위상)을 보좌한다’는 내용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3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조항은 문관이 자위관보다 우위에 서서 자위관을 통제한다는 뜻으로 해석돼, 자위관과 자위관 출신 국회의원들이 삭제를 요구해 왔었다.
일본 정부는 1954년 방위성과 자위대를 만들 때 군국주의로 나아간 옛 일본군과 같은 폭주를 막겠다며 ‘문민 통제’ 원칙을 세웠고, 문민 통제가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든 장치가 문관 통제였다. 문관 통제를 위해 문관인 방위성 국장들이 정책을 주도하고 방위상을 직접 보좌하는 ‘방위참사관’을 겸하는 참사관 제도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자위대의 지위가 점차 높아지고 일본 국민들 사이 자위대에 대한 지지도가 커지면서 문관 통제에 대한 자위관들의 반발이 커지기 시작했다고 <도쿄신문> 등은 전했다. 방위참사관 제도는 2009년 폐지됐다.
일본 방위성은 법이 개정되면 자위대 부대운용도 자위관 주도로 바꿀 계획이다. 그동안은 문관 조직인 방위성 운용기획국에서 방위상에게 자위대 운용계획을 제출해 결재를 받아왔다. 법 개정 후에는 운용기획국을 폐지하고 자위관 조직인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참의장)가 직접 방위상에게 자위대 운용계획 결재를 받게 할 계획이다. 문관이 자위대 작전계획을 점검하는 기능이 유명무실화해질 우려가 있다. 고우케쓰 아쓰시 야마구치대 교수는 <도쿄신문>에 “문민 통제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할 무서운 개악”이라며 “역사의 교훈을 모두 부정하는 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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