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IB 투자금과 동일한 금액
엔 차관…ADB 경유해 집행
중-일, 아시아 경제 주도권 경쟁
엔 차관…ADB 경유해 집행
중-일, 아시아 경제 주도권 경쟁
일본이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간접자본 개선에 1000억달러(109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대항하기 위한 맞불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일본 <지지통신>은 일본 정부가 민관합동으로 5년간 1000억달러를 아시아 국가들의 인프라 정비를 위해 지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아베 신조 총리가 21일 이 내용을 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19일 전했다. 1000억달러는 중국이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자본금과 동일한 금액이다. 일본 정부는 자국의 계획이 인재 육성과 기술이전을 포함한 질 높은 인프라 정비에 공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투자 지원과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한다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통신은 일본 정부가 이번에 아시아 인프라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선 것은 “아시아에서 존재감 유지를 꾀할 목적”이라고도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지원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나 정부 금융기관인 국제협력은행(JBIC)에서 엔 차관 형태 융자로 아시아 각국에 제공될 예정이다. 차관은 일본이 최대 출자국으로 되어 있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을 경유해 집행될 예정이라고 <지지통신>은 전했다.
일본이 아시아의 사회간접자본에 1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면서 아시아의 경제 주도권을 놓고 일본과 중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창립 회원국들은 이번주 싱가포르에서 사흘간 회의를 열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운영 방침에 대해 토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낙후한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이끌겠다며 설립을 주도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는 현재 57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이 은행 자본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500억달러를 자국이 부담하겠다고 한 상태다.
미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이 아시아개발은행 같은 기존 국제기구 수준의 운영 투명성을 보장할지 의심되고, 중국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며 반대해 왔다. 또 이런 이유를 들면서 동맹국들에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하지 말도록 설득해 왔다. 일본도 미국과 함께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하지 않고, 이를 견제하는 쪽이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서 미국이 세계은행에서 행사하는 것과 같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영국 같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까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에 참여로 돌아섰다. 주요 7개국(G7) 중에서 미국과 일본, 캐나다를 제외한 나머지 4개국이 모두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참여 의사를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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