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여야대표 ‘신사참배’ 날선 공방 고이즈미, 마에하라
고이즈미 “양심의 자유”
마에하라 “전범 빼라”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첫 여야 대표토론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와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대표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마에하라 대표는 이날 자신의 ‘전문’인 외교안보 분야에 초점을 맞췄다. 미-일 동맹이나 주일미군 재편 등에선 강경 우파에 걸맞은 주장을 폈다. 이에 고이즈미 총리 또한 장단을 맞췄다. 그러나 토론 막바지에 야스쿠니 참배가 거론되면서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야스쿠니 참배 강행으로 일-중 사이의 전략적·포괄적 대화의 길이 막혔다”며 “한국, 중국과 튼실한 관계 구축이 가능하겠느냐”고 추궁했다. 고이즈미 총리도 즉각 반론에 나섰다. 그는 “한·중과의 문제는 야스쿠니 참배만 있는 게 아니다.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돼 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배하는 것이 왜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반론은 3분20초나 이어졌다. 마에하라가 대표가 도중에 발언을 끊으려 하자, 고이즈미는 “마에하라 대표에게 시간이 얼마나 주어졌느냐. 내게도 시간을 달라”며 계속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누가 가서는 안 된다고 했는가? 나는 A급 전범이 합사돼 있는 동안은 가지 않는다.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 뿐 아니라 정교분리도 규정돼 있다”고 다시 반박한 뒤, “지난 4년반 고이즈미 정부의 외교는 부재했다”며 말을 맺었다. 그러나 그는 총리의 참배 모습에 대해 “개인적 참배를 연출하고 싶었는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죽은 사람들에 대한 실례”라는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해, 전임 대표들에 비해 매섭지 못하다는 평을 받았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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