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조사결과 밝힌다”더니
“찬반비율 조사한 적 없다” 딴말
일본 정부가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새로운 전몰자 추도시설 설립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도 결과가 정부 방침과 다르게 나오자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은 20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 강행을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새 추도시설 설립의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해 정부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새 추도시설 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묻는 질문에 “발표 여부와 무관하게 (여론조사를) 몇 차례 실시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결과를 밝히지 않은 것과 관련해 “(다른 여론조사도) 적당한 것은 밝히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에 대해 기자들이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발표하지 않는다는 말이냐”고 캐묻자 호소다 장관은 답을 피한 뒤 이날 밤 답변을 정정했다. 그는 “각계의 의견을 듣기는 한다”며 “그러나 이른바 여론조사처럼 응답자 수를 정해서 찬성이 몇%인지 알아보는 조사는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호소다 장관의 이런 말 바꾸기는 정부에 불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숨겼다는 의심을 더욱 짙게 한다.
지난 17일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를 참배한 직후 일본 언론들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과반수가 설립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립여당 공명당은 새 추도시설 건립을 위한 조사비의 예산 반영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와 자민당에선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2002년 12월 후쿠다 야스오 당시 관방장관이 이끄는 간담회가 “항구적 무종교 국립추도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지만 자민당 강경파의 반대로 2년 넘게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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