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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히로시마에 묻힌 나가사키

등록 2016-05-25 19:39수정 2016-05-26 09:38

원폭 투하 7만여명 숨져
히로시마 사망자의 절반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 비교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 비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일본 히로시마 방문을 앞두고 두번째 피폭지였던 나가사키 시민들 중에는 박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1945년 8월6일 최초로 원자폭탄이 떨어져 15만여명이 숨진 히로시마는 피폭지의 대명사로 통하지만, 사흘 뒤인 8월9일 원자폭탄이 투하돼 7만여명이 숨진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의 그늘에 가려 늘 뒷전으로 밀려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히로시마를 방문하지만, 나가사키 방문 계획은 없다. 다우에 도미히사 나가사키 시장은 24일 <뉴욕 타임스>를 통해 “우리는 일본에서 제일 높은 산이 후지산임을 안다. 하지만 두번째로 높은 산은 알지 못한다”는 말로 에둘러 불만을 표시했다.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는 또 히로시마에 이어 나가사키에까지 원자폭탄을 투하할 필요와 정당성이 있었느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나가사키가 두번째 원자폭탄 투하 지역이 된 이유에는 미국이 일본을 전후 자신의 영향력에 두고 싶어한 점과 관련이 있다. 미국은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할 도시 4곳을 꼽았는데, 애초 나가사키는 대상에 들어있지 않았다. 미국이 원폭 투하 후보로 꼽은 도시는 히로시마를 포함해 도쿄와 인접한 요코하마, 공업시설이 있으며 옛 일본 수도였던 교토, 후쿠오카현 고쿠라(현재의 기타큐슈시) 등이었다.

하지만 이후 문화재가 많고 상징성이 큰 도시인 교토에 원폭을 투하하면 일본이 소련에 접근할 수 있다는 우려 등으로 교토를 제외시키고, 대신 나가사키가 새로 후보로 들어갔다. 미국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 뒤에도 일본이 곧바로 항복하지 않고 버티는데다, 소련이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며 일본 진출을 시도하자, 하루라도 빨리 일본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사흘 뒤 또다시 원폭을 떨어뜨리기로 결정헀다. 그러면서 제1목표는 고쿠라, 제2목표는 나가사키로 정했다. 그러나 8월9일 고쿠라의 기상 상황이 좋지 않자, 폭격기는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다.

나가사키는 피폭 전 조선업 및 공업이 발전한 도시였으며 나가사키항 근처의 섬에서는 석탄 채굴이 활발했다. 일본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해 지난해 등재된 하시마(일명 군함도)가 그런 곳이다. 군함도에는 강제징용자를 포함한 조선인들이 많았으며 탄광에서 일하다가 숨진 조선인이 122명이었다. 나가사키에서 피폭으로 사망한 7만여 중 조선인들이 1만여명이나 된다.

나가사키 원폭 투하 때 6살이었던 조다이 미야코(76)는 <뉴욕 타임스>에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 방문때 나가사키 피폭자들을 초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의견도 있다. 전쟁범죄에 관해 무책임한 일본의 태도를 고발하는 데 일생을 바친 오카 마사하루 목사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된 오카마사하루 기념관의 전직 사무국장인 시바타 도시아키는 오바마의 방문은 평화헌법을 개정하려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뿐이라며 “오바마가 오지 않는 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 관련기사 : 미국은 왜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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