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중언 도쿄 특파원
현장에서
일본 언론들이 26일 한국 관련 사안에서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전날 도쿄지법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와 논란을 빚었던 한센인(한센병 환자) 보상 문제에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설에서 “일본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한 사람들이 평등한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라며 “원고의 대부분이 이미 80살이 된 만큼 정부는 더이상 법정싸움을 할 게 아니라 조속히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판결이 엇갈리는 것은 한센병 보상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 아닌가”라고 물은 뒤 “이대로 방치하면 국회는 다시 ‘부작위’를 추궁당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사 문제에서 극우적 성향을 보여온 <산케이신문>도 정치적 판단을 통해 피해자 구제의 길을 열도록 촉구했다.
언론들의 한결같은 지적처럼 엇갈린 판결은 ‘입법 미비’에서 비롯했다. 한센병 보상법은 과거 한센인 격리정책이 위헌이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지 한달 만에 제정됐다. ‘느린 사회’ 일본에선 참으로 획기적인 일이었다. 때문에 법안 심의 때 외국 수용소 피해자에 대한 고려를 하지 못한 잘못은 이해할 만도 하다. 그렇지만 이를 빌미로 보상 대상에서 외국 수용소를 빼놓고 피해자들의 보상요구를 거부해온 일본 정부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일본 언론·학자·시민단체들의 목소리는 일치한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보상법의 취지를 외면하지 말고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길은 가까운 데 있다. 후생성 고시를 바꿔 보상 대상에 외국 수용소를 추가하면 끝나는 일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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